재작년 10월 처벌법 시행돼도
신변보호 중 재신고 6배 증가
“관련 처벌법 강제력 키워야”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가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는 도중 2차 피해를 입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대한 강화·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변보호 조치 증가에 재신고 사례도 함께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남성 A(30)씨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A씨는 지난 7월 전 연인 B(30대, 여)씨의 주거지인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처음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B씨의 소개로 같은 직장에서 근무 중이었다. 지난 2월 A씨는 B씨를 상대로 데이트 폭행을 저질러 경찰 조사를 받았고, 6월에는 B씨로부터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당했다. 일주일 후 B씨의 주거지 인근을 배회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법원으로부터 8월 9일까지 B씨에게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내용의 잠정조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 명령을 어기고 한달여 만에 B씨를 찾아갔고 범행을 저질렀다. 당시 피해자 B씨의 어머니 C(60대)씨도 A씨를 말리는 과정에서 손 부위를 흉기에 찔렸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신당역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여성을 살해한 전주환(32)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된 가운데 이같이 유사한 스토킹 살인 범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6월 한 달간 스토킹 신고 건수는 1만 4272건으로 재작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인 전년 동월(3482건)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스토킹 범죄에 위협을 느끼고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를 받는 도중 재신고한 접수 건수도 지난 2019년 1338건에서 2022년 7851건으로 5년 동안 6배가량 늘었다. 이처럼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뒤 스토킹 피해 신고가 대폭 늘었지만 피해자 보호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신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스토킹 범죄 처벌법상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경찰의 실효적 대응’ 보고서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하는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 등 조처의 강제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토킹처벌법에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따라다니거나 접근하는 행위 등을 해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면 범죄가 성립한다.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가해자가 피해자 100m 이내에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위반 시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어 추가 스토킹 범죄를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연구관은 “과태료 처분이 아닌 징역형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가둘 수 있는 잠정조치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에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조항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기간을 각각 2개월·1개월로 한정하고 있다.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잠정조치의 경우 최대 6개월로 연장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재연장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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