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실거래가지수 0.08% 내려, 전국도 9개월 만에 하락
‘금리 인하’ 노리는 매수세 늘어… 억 단위로 낮춰도 ‘잠잠’
거래량도 올해 1월 이후 ‘최저’, 11월 2천건 못 넘을 전망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정부의 대출 지원이 축소되고, 집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확산하며 거래량 감소, 실거래가 하락 기류가 뚜렷해진 것이다. 사진은 19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3.11.19. (출처: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정부의 대출 지원이 축소되고, 집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확산하며 거래량 감소, 실거래가 하락 기류가 뚜렷해진 것이다. 사진은 19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3.11.19.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추석 이후 아파트 거래량이 연초 수준으로 급감했고, 지난 10월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도 올해 처음으로 하락 전환하면서다.

일각에선 아파트값이 지난해에 이어 ‘2차 조정기’에 접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수자는 금리와 집값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고, 매도자는 팔리지 않는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며 장고를 이어가면서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보다 0.08% 떨어졌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실거래가지수는 실제 거래가격을 이전 거래가와 비교해 변동 폭을 지수화한 통계다. 호가 중심의 가격 동향 조사와 달리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지표로 꼽힌다. 다만 거래량이 적거나 비정상적인 거래가 포함될 경우 변동 폭이 불안정한 한계가 있다.

지난해에만 누적 22.07% 떨어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올해 1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9월까지 누적 13.42%가 올랐다. 다만 지난 10월부터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지수도 하락하고 있다. 

일부 인기 단지 아파트값이 전고점의 80∼90%까지 오르는 등 집값이 고점이라는 인식이 다시 확산했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다. 또 정부가 지난 9월 말 6억∼9억원 이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을 전격적으로 중단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중순 이후 내림세를 지속하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달 15개월 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9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9% 올랐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하락세를 지속하다 15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사진은 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3.10.9. (출처: 연합뉴스)
작년 중순 이후 내림세를 지속하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지난달 15개월 만에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9일 KB부동산의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9% 올랐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하락세를 지속하다 15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사진은 9일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2023.10.9. (출처: 연합뉴스)

경기도와 인천은 전월 대비 각각 0.35%, 0.29% 내려 서울보다 낙폭이 컸다.

올해 2월부터 올랐던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0.26%, 0.12% 떨어지며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전국도 0.20% 떨어지며 올해 1월(-0.74%) 이후 처음으로 실거래가지수가 하락했다.

부동산원은 실거래가 하락이 11월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국 및 서울 아파트 11월 실거래가지수 잠정변동률 전월보다 각각 0.64%, 1.51% 하향 조정하면서다.

실거래가가 떨어지는 가운데 시장 침체는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매수 수요가 시장을 지켜보기로 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장 분위기가 거래 절벽이 심했던 연초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13건(신고 기준)으로 올해 1월(1412건) 이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날 기준 11월 거래량도 1672건으로, 10월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얼어붙은 매수세에 집주인들이 호가보다 5천만~2억원 이상 낮은 가격으로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잘 팔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은 집을 살 타이밍이 아니라고 보는 매수자가 많다는 것이다.

부동산 PF (CG) (출처: 연합뉴스)
부동산 PF (CG) (출처: 연합뉴스)

아울러 짙어지는 관망세에 집값이 떨어지는 하락 거래도 느는 분위기다. 

노원구 상계동의 상계주공16차 전용 59.39㎡(5층)는 지난달 중순 4억원에 팔렸다. 이는 지난 9월(6억 2500만원, 6층)보다 1억 7500만원이 하락한 가격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리센츠 전용 84.99㎡도 지난달 23억 7천만~24억 1천만원에 계약되며 전달보다 1억 3천만원 이상 빠졌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분위기’와 관련해 “당분간 거래 침체가 이어지면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때까지 거래를 미루겠다는 매수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현재 대출금리는 5%대까지 높아졌다.

한편 일각에선 집값이 지난해에 이어 본격적인 2차 조정기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관망세가 짙어진 상황에서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최근 금융권에선 도급순위 13위 대형건설사인 태영건설의 부도 임박설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내년 총선을 전후로 부실 PF 정리에 나설 경우 주택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2년간 주택 인허가 물량이 급감했고, 내년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만 가구 이하로 줄면서 가격이 크게 줄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누계 인허가 물량은 약 27만 가구로 전년동기보다 36.0% 줄었다. 10월 누계 수도권 주택 인허가는 약 11만 가구로 전년동기 대비 27.7%, 지방은 약 16만 가구로 40.5%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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