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본격화된 지 ‘8개월’만
현직 의원들에 6000만원 제공
7억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도
입법대가 4천만원 뇌물 혐의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사건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지난 8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지 닷새 만이다. 송 전 대표의 신병 확보 여부에 따라 8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돈봉투 의혹 수사는 중대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송 전 대표에 대해 경선캠프 돈봉투 살포와 관련해 정당법 위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먹사연의 후원금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금권선거라는 사안의 중대성, 휴대전화 폐기 행위를 비롯한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4월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수사가 본격화된 지 8개월 만이다. 당시 집권 여당인 공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범행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엄중하고 단호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 캠프가 전당대회 직전인 2021년 4월 현역의원 약 20명을 포함해 선거 관계인에게 총 9400만원을 살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이 중에서 현역의원과 지역본부장 등에게 살포된 6650만원에 송 전 대표가 관여했다고 구속영장에 기재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4월 27~28일 두 차례에 걸쳐 윤관석 당시 민주당 의원(현재 무소속)에게 국회의원들에게 줄 돈 봉투 20개(6000만원)를 제공하고, 2021년 3월 30일과 4월 11일 두 차례에 걸쳐 지역본부장들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합계 650만원의 돈 봉투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와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인 박용수씨와 공모해 2021년 4월 19일 경선캠프에서 ‘스폰서’ 사업가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또 강 전 감사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함께 2021년 3월 30일 경선캠프에서 이성만 의원으로부터 지역본부장에게 줄 자금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아울러 검찰은 송 전 대표가 2020년 1월~2021년 12월에 걸쳐 먹사연 관계자들과 함께 자신의 후원조직인 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 6300만원을 수수했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도 적용했다.
특히 2021년 7~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소각처리시설 관련 인허가 청탁을 받고 먹사연을 통해 4000만원을 후원금으로 받은 의혹에 대해서는 청탁의 대가라고 보고 검찰은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송 전 대표가 먹사연 기부금 및 부외 선거자금 등으로 받은 불법 정치자금 혐의액은 8억 2천만여원에 달한다. 검찰은 일부 지역본부장과 지역상황실장들에게 뿌려진 돈봉투 관련 혐의, 식비 대납 의혹 등은 송 전 대표의 지시·공모 여부에 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일정을 앞당겨 지난 4월 파리에서 귀국했고, 검찰이 ‘정치적 기획수사’를 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두 차례 자진출두가 무산된 뒤 이뤄진 지난 8일 검찰에 출석해 약 13시간 동안(휴식·조서 열람 시간 포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송 전 대표는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송 전 대표는 정당법 위반 의혹에 대해 “공직선거법에 비해 훨씬 비난 가능성이 적다”며 이번 수사에 대해 “총선이 다가오는데 의원들 소환해 언론플레이 하면서 민주당 이미지를 안 좋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 전에는 “증거를 모았다면 그것을 가지고 기소하라. 재판에 넘기면 법정에서 다투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 2일에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기각시킬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