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재단‧노동계‧정치권까지 규탄 대열
고 김용균 어머니 기자회견… “법원이 죽음 용인”
노동계 “노동자 가슴에 대못… 중대재해법 필요 반증”
정의당 “참혹한 판결… 국민적 비난 면키 어려울 것”

(서울=연합뉴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재판부는 원청인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사망 사고의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23.12.7
(서울=연합뉴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7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열린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재판부는 원청인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사망 사고의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2023.12.7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당시 24세)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원청 기업 대표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자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7일 봇물처럼 쏟아졌다.

정치권과 노동계에서 관련 대법원 판결에 강력 반발했고, 특히 김씨의 어머니인 김미숙(53)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이날 선고 뒤 대법원 앞 기자회견을 갖고 “기업이 만든 죽음을 법원이 용인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현장을 잘 몰랐다면 그만큼 안전에 관심이 없었단 증거 아니냐”면서 “그런데도 무죄라고 한다면 앞으로 다른 기업주들은 아무리 많은 사람을 안전 보장 없이 죽여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성토했다.

또 “기업과 정부 기관이 수십년간 이해관계로 얽혀 사람의 중함은 무시된 채 목숨조차 돈과 저울질하게 만든 너무도 부당한 사회를 만들어 놓았다”며 “거대 권력 앞에 무너지는 사람들의 인권을 찾기 위해 이 길에서 막힌다 해도 또 다른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던 김 이사장은 회견이 끝난 뒤 대법원을 바라보며 “용균아, 미안하다” “대법원은 당장 용균이에게 잘못했음을 인정해라”고 목놓아 외쳐 숙연케 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손팻말을 든 채 “판결 거부한다. 원청이 책임자다” “죽음을 만든 자, 원청을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노동계도 대법원을 향해 노동자 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판결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자식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지난 5년간 소송을 이어나간 유족의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저버렸고 제2, 제3의 김용균이 더 이상 없기를 갈망한 노동자 시민의 염원을 끝내 외면한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원청의 고용 관계를 형식적이고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판결”이라며 “노동자의 죽음을 노동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 이번 판결은 김용균씨를 죽어서도 눈감지 못하게 한 잔인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가만있지 않았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논평을 내고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어나가도 그 죽음에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낸 참혹한 판결”이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에 따라 원청 경영자의 책임 강화를 요구해 온 사회적 흐름에 맞춰 전향적 판결을 냈어야 한다”며 “‘몰랐다, 우린 책임없다’며 빠져나가기 바쁜 원청의 변명에 손을 들어줘 사회적 양심과 정의를 져버린 대법원은 역사적,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이날 확정했다. 대법원은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용균씨는 지난 2018년 12월11일 오전 3시 20분께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2020년 8월 원·하청 기업 법인과 사장 등 임직원 14명에게 사망 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이 인정된다며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1·2심 모두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표이사는 안전보건 방침을 설정하고 승인하는 역할에 그칠 뿐 작업 현장의 구체적 안전 점검과 예방조치 책임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태안발전본부장에게 있다는 이유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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