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금융권에선 1400조 돌파
대출 이자 평균 5.35% 달해
코로나 첫해보다 두 배 올라
법인 파산신청 역대 최대치
신청 대부분, 중소기업 해당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천지일보 2023.11.21.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의 한 시중 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 ⓒ천지일보 2023.11.21.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올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1천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운데, 이에 적용되는 금리 수준이 1년 넘게 평균 5%대를 유지하면서 대출 연체율도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의 파산 신청 건수도 역대 최대로 늘어났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98조원이었다. 전달 말보다 3조 8천억원 증가한 규모로 사상 최대치다.

아직 11월 말 수치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최근 증가세를 고려하면 올해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천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10월 말에 비해 올해 10월 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83조원 늘었다. 이는 2015~2019년 증가 규모(155조원)의 2배에 가까웠다.

비은행 금융기관까지 포함한 전체 금융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400조원을 돌파했다.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9월 말 423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 잔액만큼 대출 금리도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이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5.35% 수준이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2월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2.89%였던 점을 감안하면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도 커져가고 있다. 올해 10월 중소기업의 신규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 비중이 62.1%를 차지한다. 2년 전인 2021년 10월만 해도 이 비중은 3.0%에 그쳤다. 2년 만에 금리 5% 이상인 대출의 비중이 20배 이상 뛴 것이다.

커진 이자 부담으로 인해 중소기업들의 대출 연체율도 높아지면서 올해 법인 파산 신청도 덩달아 급증했다.

금융감독원과 대법원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올해 9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로 1년 전(0.27%)의 1.8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 수치는 지난해 9월 0.27%에서 올해 8월 0.55%까지 높아졌다가 9월에는 분기 말 상각이나 매각 등으로 다소 떨어졌다.

상·매각으로 연체율이 다소 내려갔지만 경기 부진과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파산 신청 건수가 급증했다. 올해 1∼10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3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8%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13년 이후 최대다. 파산 신청을 한 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이었다.

중소기업 파산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회생신청을 선택하기보다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3111개이던 한계기업 수가 2021년 3572개로 14.8% 증가했다. 은행권이 매년 신용공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위험평가에서도 부실징후 중소기업의 수는 지난해 기준 183곳으로 전년 대비 26개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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