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 1년’ 러軍 가족 거리시위
러 당국, 내년 대선 앞두고 우려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루블로 표시된 급여 금액과 “가입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러시아 군대 계약직 홍보 광고판 앞을 아버지와 자녀가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루블로 표시된 급여 금액과 “가입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러시아 군대 계약직 홍보 광고판 앞을 아버지와 자녀가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영웅처럼 싸우고 조국을 위해 진심으로 피를 흘렸다면 이제 가족 품으로 돌아와 다른 이들에게 길을 터줄 때입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시베리아 최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전쟁에 동원된 남편들과 아들들을 집으로 돌려달라고 촉구하는 러시아 군인 가족들의 시위가 19일(현지시간) 열렸다.

2년 가까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서 군대에 동원된 남편과 아들을 이제 보내달라는 가족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27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징집된 군인 가족들은 텔레그램 채널 ‘집으로 가는 길’에서 병사들을 집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다른 군인과 그 가족들에게는 “우리의 권리를 위해 단결해 싸우자”고 호소했다. 지난 9월 개설된 이 채널에는 최소 1만 4650명이 입장해 있다.

러시아 정부는 작년 9월 21일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려 30만명을 징집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복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인 야블로코당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동원령을 종료해야 한다고 촉구 중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오히려 예비군 복무기간을 늘리는 등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 손실에 대비하고 있다.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곧 추가 동원령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정부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군인 가족들 시위가 반전 여론으로 확대될까 우려한다. 1990년대 체첸공화국과 전쟁을 평화협정으로 끝낼 당시에도 군인 어머니들의 반전 운동이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 당국은 집회 참가자를 연행하더라도 구금하지는 않거나 거리 시위 대신 관공서 건물 안에서 행사를 열게끔 하는 등 진압보다는 설득과 회유로 대응 중이다. 모스크바에서 시위를 조직하는 데 참여한 마리아 안드레예바는 정부가 군인 가족에게 더 많은 돈과 혜택을 제안했다며 “많은 여성은 돈 아닌 남편과 아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푸틴 대통령은 국방비를 대폭 늘린 내년 예산안에 서명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더 많은 자원을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 예산으로 돌렸다면서 직접적인 군 예산이 내년 재정지출의 30%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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