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는 하원 상황 장기화
이달만 여야 12명 출마 포기

[워싱턴=AP/뉴시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달 3일(현지시각)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후 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하원의장이 미 헌정사상 처음으로 축출됐다. 이같은 막장 드라마에 신물이 난 의원들의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2023.11.24.
[워싱턴=AP/뉴시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달 3일(현지시각)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후 의사당을 나서고 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하원의장이 미 헌정사상 처음으로 축출됐다. 이같은 막장 드라마에 신물이 난 의원들의 사퇴가 줄을 잇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2023.11.24.

[천지일보=이솜 기자] 사상 초유의 하원 의장 해임, 일 못하는 하원 상황 장기화 등 갈수록 극심해지는 미국 여야 정쟁에 11월 한 달에만 12명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6명, 공화당 소속 6명 등 12명의 의원들은 이달 들어 재출마 포기 선언을 했다. 이는 지난 2011년 이래 가장 많은 의원이 사퇴한 기록이다.

지난 21일엔 빌 존슨 공화당 의원(69)이 내년 초 의원직을 내려놓고 영스타운 오하이오 주립대 총장에 취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이 여야 의원들이 대거 사퇴한 배경에는 공화당 강경파들이 사상 초유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축출한 데 이어 후임 의장을 선출하면서 벌인 일들이 꼽힌다. 이러한 진통을 겪으면서 미 하원은 몇 주씩 마비 상태가 됐다. 이외에도 동료 의원들간 욕설 비방, 소셜 미디어를 통한 공격이 지속된 상황도 의원들이 사퇴를 결심한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민주당 원내 수석부총무를 역임한 댄 킬디 의원은 “몇 년 동안 하원이 혼란에 빠져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가 컸다”면서 재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간 미 하원의원의 사퇴는 대부분 상원의원 출마가 이유였지만 최근들어 이 같은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난달 매카시 의장이 축출된 이후 의장 공석이 지속되면서 하원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고 이를 보다 못한 의원들이 사퇴를 결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브라이언 히긴스 공화당 의원도 “좋지 않은 시기가 시작됐다.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2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버팔로의 극장장으로 이직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10년을 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고 하원의 상황에 대해 비판했다.

사퇴 의사를 밝힌 의원 중에서 민주당 애비게일 스팽글러 의원만 버지니아 주지사 출마를 이유로 들었다. 나머지 의원들은 모두 정치를 그만두고 다른 일할 계획을 말하거나 아무런 계획 없이 사퇴했다.

이달까지 하원의원 중에서 사임, 은퇴, 사망 등의 사유로 재출마하지 않은 의원은 총 36명이다. 1960년 이후 매년 평균 35명이 재출마하지 않은 추세와 다르지 않지만 정계에선 앞으로 더 많은 의원이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정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중요한 입법이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점도 많은 의원이 사퇴를 결심하게 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선의 브래드 웬스트럽 공화당 의원은 2주 전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열심히 노력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반대로 남의 눈만 의식하는 의원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얼 블루메나우어 민주당 의원도 “의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주목을 끌어 자금을 모으려는 가인(성경에 나오는 악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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