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85분간 회담

(부산=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부산에서 만나 양자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2023.11.26
(부산=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부산에서 만나 양자 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2023.11.26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일 외교장관이 26일 최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승소 판결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회담 뒤 일본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 정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강한 항의를 했고,  한국 측은 맞대응 아닌 지난 2015년 합의를 존중한다는 뜬금포로 일본 장관 같다는 조롱섞인 말을 듣는 등 빈축을 샀다. 

◆한일 외교장관, 양국 현안 등 논의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전 부산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약 85분간 회담하고 한일관계 및 지역‧글로벌 과제 등 다양한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두 장관은 한일관계 관련 현안 및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는데, 특히 서울고법에서 나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 승소 판결에 대해 입장을 주고받았다.

서울고법은 앞서 지난 23일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유족 등 16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 금액을 전부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각하 판단한 1심을 뒤집은 판결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이 나온 당일 강하게 항의하면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한국 정부가 강구해 달라고 요구했다.

◆日정부, 韓판결 반발하며 내민 논리는

일본 정부가 서울고법 판결에 반하며 내민 논리 중 하나는 주권 국가가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상의 ‘국가면제(주권면제)’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판결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가 평등이라는 원칙론에 근거한 것이지만 최근에는 국가면제가 인권유린 등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선 제한적이라는 국제관습법이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고 이에 대한 국가 간 협약도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재판부도 전심과 달리 국가면제를 제한하는 법리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국제관습법을 원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이 삼권분립이 확립돼 있는 국가, 즉 행정권이 사법권에 간섭할 수 없다는 원칙을 어기라며 이를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 역시 국제법 위반이다.

게다가 1965년의 한일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합의, 즉 한일 정부가 일본의 사죄와 정부 예산 10억엔 거출 등을 담은 당시 합의를 통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강제징용 판결금 문제 논의 여부도 관심

가미카와 외무상은 이날 회담에서 이런 일본 측 입장을 박 장관에게 다시 전달했고, 박 장관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는 한국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어느 나라 장관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한국 정부를 깎아내리고 무시하는 태도인데도 그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않고 동문서답으로 질문을 피해나갔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두 장관이 현재 진행 중인 일제 강제징용 판결금 관련 ‘제3자 변제’ 공탁 관련 소송 등도 거론됐을지 관심이다.

한일 장관은 지난 22일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고, 북러 무기 거래 등을 포함한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한일·한미일이 계속해서 긴밀히 대응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예정했던 60분을 25분간 초과해 진행됐다. 한일 회담이 길어지면서 다음에 예정된 한중 외교장관 회담도 다소 지연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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