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 강점기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구시로(釧路)시의 탄광으로 동원된 정성득(鄭聖得) 씨와 동료들의 모습. (사진제공: 연합뉴스)

日, 군함도 유네스코 등재 전 약속은 나몰라라
통역·홍보책자서 한국인 강제징용 사실 쏙 빼
韓, 강제동원 피해기록 유네스코 등재 작업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한국인 강제징용 사실을 숨긴 채 지난 7월 5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하시마섬(端島, 일명 군함도).

일본 정부는 메이지시대 산업혁명을 이끈 주요 근대 산업시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당시 미쓰비시 조선소와 하시마섬을 포함한 7개 시설에서 총 5만 8000여명에 이르는 한국인 강제징용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다만 유네스코의 중재 아래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일본은 많은 한국인들이 본인 의사에 반하여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을 했음을 인식했습니다”라는 표현을 담기로 약속했지만, 일본 정부는 등재된 지 만 하루도 안 돼 돌연 태도를 바꿔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하시마섬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섬을 찾고 있지만 통역이나 홍보책자 그 어디에도 한국인 강제징용, 강제노역 등에 대한 언급이 없어 대한민국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배달의 무도’ 마지막 이야기로 하하와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교수가 하시마섬에 방문한 모습이 그려지면서 ‘한국인 강제징용’과 과련, 아무런 언급도 사죄도 없는 일본 정부에 대한 공분은 더욱 커졌다.

‘지옥섬’으로 불릴 만큼 너무도 가혹하고 끔찍했던 강제노역. 일본 미쓰비시 석탄광업의 주력 탄광이었던 하시마섬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들이 노역을 해 ‘감옥섬’이라고 부르던 곳이다.

해저 900m까지 내려가 섭씨 40℃가 넘는 갱도 안에서 하루 16시간씩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고된 작업을 했던 이들. 이곳에서 강제노역을 했던 피해자는 800여명에 달하며 이 중 사망자도 100명이 넘는다.

▲ 강제동원자들에게 조선총독부가 1941년 10월 1일 보낸 편지의 일부. 도망가는 일 없이 고향의 가족을 위해 산업전사로 일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하시마섬으로 끌려갔던 조선인 징용자 생존자들이 “지옥이 따로없다”고 표현할 정도로 끔찍했던 곳. 역사가 증명하고 있음에도 강제징용의 사실을 숨기고 있는 일본 정부의 그 뻔뻔함이 무서울 정도다.

일본 정부는 하시마섬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때도 그 대상 시기를 1850~1910년으로 게재해 한국인 강제징용 시기인 1916년 이후는 쏙 빼놓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한국인 강제징용 사실에 대한 그 어떤 인정도 사죄도 않고 있자 우리 정부의 무능한 대처 능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면서도 지난 13일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이를 통해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아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일본이 하시마 탄광 등 한국인이 강제징용된 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데 대한 정면 대응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마감된 문화재청의 ‘2016년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 대상 기록물 공모’에 접수된 등재신청 후보 12개 중 일제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이 33만 6797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중에는 일제가 직접 생산한 문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화재위원회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을 포함한 후보군 중 유네스코에 최종 제출할 후보 2개를 다음 달까지 선정,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31일까지 유네스코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등재심사소위원회의 사전심사와 IAC의 최종심사를 거쳐 2017년 6∼7월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승인으로 등재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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