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차장에 황유성 방첩사령관 발탁 주목

尹대통령‧경호처장‧방첩사령관… 충암고 ‘군맥’ 눈길

(부산=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에서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오른쪽)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3.7.19
(부산=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에서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오른쪽)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3.7.19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정부가 지난달 29일과 이달 6일 후반기 군 장성 인사를 단행했지만 군 안팎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윤석열 대통령 출범 직후인 작년 5월에 이어 또 군 수뇌부를 전원 교체하는 등 비정상적인 파격에다 중장급 이하에서는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등 의혹의 당사자인 인물들을 여론과는 달리 다수 영전시키는 등 오기 인사라는 지적 때문이다.

◆친尹 체제에 방점 둔 군 인사

이번 군 인사 단행은 대표적인 극우 성향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취임 직후 대대적 군 장성을 전면 교체하며 ‘尹 친정체제’ 구축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장관의 입김이 적극 반영된 인사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장성들이 대대적으로 교체되는 등 윤 대통령의 역사관인 뉴라이트와 대북 강경 이념을 중심으로 한 인사 재편인 셈이다. 홍범도 흉상 이전, 해병대 채 상병 사건, 군 역사관 등에 대한 기조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군 전문가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효력 정지 검토 문제와 맞물린 국지전 유발 가능성과 함께 내년 총선 결과 이후까지도 염두에 둔 인사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한다.

전문가들이 합동참모본부 차장으로 국군방첩사령관(이전 기무사령관)이었던 황유성(56·육사 46기) 중장이 극히 이례적으로 전격 발탁된 것을 눈여겨보는 건 이 때문이다. 방첩사령관은 군 정보를 독점하는 직위라 통상은 마지막 보직, 즉 ‘순장조’라는 것이 관행인데 이런 방식은 흔하지 않은 행태로 매우 우려스럽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특히 이번에 중장으로 진급해 새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여인형(54·육사 48기) 중장이 주목을 받는다.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의 충암고 9년 후배이자 김용현(육사 38기) 대통령 경호처장과는 육군사관학교와 고등학교 각각 10년 후배다.

방첩사령관은 군 내 사정기관 가운데 대통령 직보가 가능한 유일한 기관이다. 충암고 군맥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윤 대통령과 김 경호처장, 여 방첩사령관으로 이어지는 군 카르텔로 보는 견해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계엄문건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떠올리기도 한다.

◆합참의장 파격 발탁

29일 발표된 군 수뇌부 인사의 관전포인트는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의 합동참모본부 의장 내정이다. 해군 출신이 현역 군인 서열 1위인 합참의장에 파격 발탁된 건 2013년 최윤희 의장(재임 기간 2013∼2015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최 의장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는 이순진(육군 3사 14기),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경두(공군 공사 30기)·박한기(육군 학군 21기)·원인철(공군 공사 32기) 등 육군과 공군 출신이 번갈아 가며 합참의장을 했다.

3성 장군(중장)을 4성 장군(대장)으로 진급시키면서까지 합참의장에 내정한 것도 극히 드문 일이다. 1970년 합참의장에 임명된 심흥선(1978년 별세) 이후 53년 만이며 창군 이래 3번째 사례다. 군령권을 가진 합참의장은 합동성을 갖춘 주로 4성 장군인 육·해·공군 참모총장 출신이 맡았다.

김 합참의장 후보자는 윤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6월 단행된 첫 중장급 이하 장성 인사 때 국방부 국방운영개혁추진관(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해군참모차장에 발탁됐다. 그 해 11월 후반기 군 장성 진급·보직 인사 때 해군참모차장에서 해작사령관으로 옮겼다.

국방부는 “군 요직을 두루 거친 국방정책과 합동작전 전문가”라면서 “탁월한 위기관리와 합동작전 능력을 구비했다”고 전했다. 또 “육·해·공군의 합동성을 강화하고 전·평시 완벽한 전투준비태세를 구축할 최적임자”라고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 평가는 달랐다. 한 전문가는 “합참의장은 육해공군의 작전부대를 작전 지휘하는 사람이다. 육해공군의 특성을 다 잘 알아야 한다”면서 “오늘날에는 다영역 작전이라고 해서 지상과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까지 두루두루 작전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한다. 해작사령관도 채 1년을 채우지 못했는데 뭘 알겠느냐”고 일축했다.

이어 “합참의장도 비전문가, 합참차장도 비전문가다. 왜 이런 인물들을 군령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에 앉혔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런 식의 비전문가 위주의 군 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해전 때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직격했다. 전문가 일부에선 합참차장이 실세고 합참의장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군 대장급 7명 전원 물갈이

윤 정부 출범 직후인 작년 5월 군 수뇌부 인사 때도 7명의 4성 장군이 모두 교체됐는데 1년 5개월 만에 전원 바뀐 것도 매우 흔치 않은 사례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때 중장 이상 고위 장성으로 진급한 인물은 강신철 신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제외하면 모두 전역하게 됐다. 작년 군 수뇌부 인사가 문 정부 지우기 시즌1이었다면 이번은 시즌2라는 해석도 나온다.

7명의 대장 보직자의 출신지를 보면 경북 2명, 충북 2명, 경남 1명, 서울 1명, 부산 1명이다. 호남 인사는 한 명도 없어 지역 안배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작년 5월 군 수뇌부 인사 때 대장 7명의 출신 지역은 경북 2명, 부산 2명, 전북 1명, 서울 1명, 충남 1명이었다.

육군의 경우 대장 4명 중 3명이 육사, 1명은 3사 졸업생이고 학군장교(ROTC) 출신은 빠졌다. 육사 46, 47기에서 대장이 배출됐는데 이들은 신원식(육사 37기) 장관보다 한참 아래 후배들이다. 국군 중 가장 비중이 큰 육군에 대한 신 장관의 장악력이 한층 커질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윤 정부가 대장 7명을 전원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한 건 흐트러진 군 기강을 다잡기 위한 의도라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연말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에 대한 부실 대응 논란 등이 터졌고 올해에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등이 이슈가 됐다.

군 수뇌부가 혼란 상황 속에 중심을 잡지 못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어수선해진 군 기강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파격 인사가 실행됐다는 것인데, 하지만 정작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가 대통령실이 아니냐는 지적이 대부분인 만큼 군에 책임을 전가하는 건 무책임한 행태라는 비판이 더 많다. 군 장성 인사를 경험과 식견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입맛에 따라 좌지우지할 수 있느냐에만 집중했다는 얘기와도 같은 맥락이다.

◆해병대 사건 등 논란 인물 거의 영전

중장급 후속 장성 인사에 대해서는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인사 여부가 관심이 쏠렸는데, 핵심 의혹 당사자에 대한 ‘무마성’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국민의 압도적 응원 여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의혹 대상자들을 거의 영전시키는 등 정반대로 갔기 때문이다.

채 상병 사건의 지휘라인에 있던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임기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유임됐다고 한다. 박 전 단장의 수사 결과 이첩을 두둔했다가 박 전 단장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위반했다고 말을 바꿔 논란이 된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채 상병 순직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검을 추진하고 있어 김 사령관이 제대로 리더십과 지휘권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또 채 상병 사건의 핵심인 지난해 6월 취임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은 본인 의사가 반영돼 정책연수를 가기로 결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수평 이동을 통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등 2차 보직을 맡게 될 것으로 유력하게 검토됐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한시적 결정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조용해지기를 기다리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정책연수는 대학 등에서 6개월 안팎가량 자신이 정한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채 상병 사건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으로 재직한 임기훈(54·육사 47기) 육군 소장은 중장 진급과 함께 국방대총장으로 영전했다. 원래 중장 직위인 국방대총장은 최근 들어 주로 소장들이 보직했었다. 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 속 되려 진급 인사라 비판이 거세다.

독립군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권영호(57·육사 45기) 육군사관학교장(중장)은 지난해 11월 2년 임기제 진급을 해 보직하고 있어 이번 인사에서는 빠졌다. 현재 국방부와 보훈부는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놓고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북한 소형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영공을 침범했을 때 작전 실패로 서면 경고로 징계를 받았던 당사자들도 이번에 영전됐다. 북한 소형 무인기에 뚫렸을 당시 핵심 지휘관이었던 1군단장은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무인기 대응 작전에 나섰던 합참 작전본부장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으로 영전됐다. 국민의 여론에는 반응하지 않는 눈과 귀를 닫은 인사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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