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발령·폭언·과도한 업무 지시 등”
회사 측 “사실 확인 시 엄중 조치 예정”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제공: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 (제공: 아모레퍼시픽)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아모레퍼시픽) 가해 임직원들은 피해자(직원)들에게 (희망퇴직 불응 시) ‘버티지 못할거다, 더 힘들어질거다, 몸값을 해라, 그만두지 않고 챌린지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노골적인 협박과 부서 간담회 및 회식에서 배제하는 따돌림, 과도하고 반복적인 업무지시로 괴롭히거나 동료들 앞에서 고성과 폭언을 하는 등 모욕적인 발언과 행위 등을 했습니다.”

유명 화장품 기업인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이 임원·관리자들이 조직개편을 핑계로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직원들에게 괴롭힘을 자행해왔다며 노동부에 진정을 내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소속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아모레유니온)는 7일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을 철저히 조사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모레유니온은 “지난해부터 조직개편을 핑계로 기존 팀장을 강등시켜 퇴사하게 만들고, 올해는 고연차 직원들을 특정 직무를 만들어 배치하더니 희망퇴직을 강요해 159명이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아모레퍼시픽에서 진행된 조직개편 과정에서 직원들은 수차례 면담과 협박에 가까운 강압적인 희망퇴직 강요를 당했다”고 했다.

이어 “23년 7월말 희망퇴직 종료 이후 회사 임원과 일부 팀장들은 희망퇴직을 거부한 피해 직원들에게 인신공격과 비하, 따돌림과 차별, 고성과 폭언 등 노골적이고 집요한 괴롭힘을 자행해왔다”고 덧붙였다.

아모레유니온을 통해 접수된 직장내괴롭힘 신고서에는 아모레퍼시픽 임원 및 일부 팀장들이 주도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진두진휘하고 있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했다. 이런 비인격적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 직원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이명 현상을 겪거나 심리적 불안감과 위협감, 자존감 저하로 인해 심리 상담과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아모레유니온이 공개한 한 피해 직원의 사례를 보면 2019년 일방적으로 팀장에서 강등당한 후 자녀가 이제 갓 중학교에 입학한 여성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거주지(부산)와 거리가 먼 지역으로 계속 뺑뺑이 이동 발령을 내며 퇴직을 종용하다가 결국 서울 본사로까지 발령했다고 한다. 또한 휴가 기간에 본인 동의 없이 영업소 CCTV를 몰래 반출해 감시·확인하는 등의 인권침해 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회사는 이 직원이 끝내 퇴사하지 않자 서울 본사로 발령 후 상무 바로 앞자리에 앉혀 별도 과제를 부여하고, 주기적인 보고를 강요하며 사방이 개방된 오피스 공간에서 1백여명이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폭언을 하거나 업무에 대한 질책을 했으며 야근을 해도 다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도한 업무를 부여했다고 한다. 현재 이 직원은 식사는커녕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으며 주말마다 서울과 부산 집을 오가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모레유니온은 “회사를 위해 20여년간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 고연차 직원들을 마치 쓸모없는 부품처럼 대하며 회사를 떠날 것을 강요한다”며 “지금도 교묘한 방식으로 괴롭히는 것이 과연 회사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지, 직원들에 대한 예의인지 아모레퍼시픽에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부에 신고한 계기에 대해 아모레퍼시픽에서 진행된 직장내괴롭힘의 문제는 비단 특정부서, 특정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일시적인 문제도 아니다”라며 “누구에게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기에 피해자들은 이런 상황이 다른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반복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밝혔다.

끝으로 “아모레퍼시픽에서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자행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청하며, 가해 임원 및 관리자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다”며 “노동부 접수 후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통해 비인간적인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아모레퍼시픽에서 재발되지 않길 바라며, 아모레퍼시픽이 더 이상 직원을 쓰다 버리는 소모품으로 대하지 않고 ‘사람을 아름답게, 세상을 아름답게’ 라는 소명대로 진정 전 직원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변화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번 직원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지난 3일 해당 사안을 공식 접수했고 현재 철저하게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며 조사에서 사규와 윤리 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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