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휘 ㈜생명단추 회장

가족 실종예방 ‘큐알코드시대’
단추·배지 등에 응급번호 입력
혈액형 입력 ‘응급 수혈’ 처치
“치매 가족, 심리적 안정 찾아”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한종휘 회장이 영종도의 한 카페에서 치매환자를 발견한 즉시 보호자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실종예방 ‘생명단추 QR코드’를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31.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한종휘 회장이 영종도의 한 카페에서 치매환자를 발견한 즉시 보호자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실종예방 ‘생명단추 QR코드’를 가리키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31.

[천지일보 인천=김미정 기자]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치매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배회하는 치매환자를 발견한 즉시 보호자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실종예방 ‘생명단추’라는 특허상품을 출시해 화제다. ‘생명단추 QR코드’라는 신기술 제품을 발명한 한종휘(69) ㈜생명단추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100여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는 발명가이다.

최근 본지가 만난 한종휘 회장은 “치매환자들의 특징은 온몸에 있는 것들을 떼어서 버린다는 것을 알고 아예 단추에 비상연락처를 담아 꿰매야겠다는 아이디어에 착안하게 됐다”며 “생명단추는 단추만큼 작은 물품에 응급정보를 QR코드로 입력해 응급구호를 쉽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회하는 치매환자를 발견해도 몸에 지닌 전화번호를 찾아 연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러나 ‘앱’에 연동해 플라스틱 단추·황동 배지의 QR코드에 스캔만 하면 입력된 비상연락처로 즉시 전화가 연결된다. 보호자의 폰에 저장된 앱으로 가족의 위치 확인도 가능해 실종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해양경찰관과 소방관, 군인 등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다 갑작스러운 실종과 응급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들의 정확한 위치 확인과 응급조치를 통해 소중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생명단추’의 정신”이라고 밝혔다.

1980년부터 취미 삼아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한 회장은 생명단추 QR코드 외 100여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세계발명대회에서 3번의 은상(독일 뉘른베르크 세계발명대회(1987년 10월 31일, 1992년 10월 31일), 한국 세계발명대회(2019년 11월 27일))을 받았다. 또 1988년 5월 19일 ‘제23회 전국발명장려대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을, 2019년 12월 12일 ‘벤터 인천 2019 대회’를 맞아 이 자리에서도 표창을 받았다.

현재 ‘생명단추’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치매안심센터와 서울 은평구치매안심센터에서 사용하고 있고, 관심 있는 전국의 지자체와 제주도 해녀 50명에게도 제공될 예정이다. 해양경찰, 어부들에게도 적용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특히 일본에서 치매안심 QR 요청이 들어와 협상 중이다. 이 제품 외 ‘안심 QR코드’는 2024년 제주도 올레길 납품을 앞두고 있다.

생명단추 브로치형(위)과 단추, 목걸이, 팔찌형.(사진제공: 한종휘 회장) ⓒ천지일보 2023.10.31.
생명단추 브로치형(위)과 단추, 목걸이, 팔찌형.(사진제공: 한종휘 회장) ⓒ천지일보 2023.10.31.

한 회장이 최근 QR코드를 적용해 출시한 제품에는 비상 QR, 자동차 QR 인식표, 반려견 QR, 어린이 SOS QR 및 장애인 비상도움 QR 등을 출시했다. 또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어린이 안심 QR, 커플안심 QR·스마트연결 QR과 핸드폰이나 소지품에 부착해 분실 시 주인에게 쉽게 찾아 줄 수 있는 분실안심 QR 등 다양하다.

2022년 9월 ㈜생명단추 법인을 설립한 한 회장은 ‘금은 도금을 안 한다. 좋은 물건은 알아본다’는 신념으로 청와대, 관공서, 지자체, 경찰 등 문을 두드리며 회장 겸 영업사원을 자청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QR코드에 각인한 신기술 제품”

생명단추 QR코드는 지난 2020년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해 2022년 출시 후 올해부터 희망하는 지자체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공급 중이다. 생명단추 QR코드는 플라스틱 단추와 황동 배지, 브로치, 목걸이, 팔찌 등에 본인의 나이, 비상연락처, 혈액형, 기저질환(주치의) 등의 정보(조율)를 레이저 기술을 이용, QR코드에 각인한 신기술 제품이다.

제품은 연세로 인한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의 실종 예방에도 활용된다. 심장에 문제가 생겨 갑자기 쓰러질 때 가족의 전화번호와 혈액형, 치료받던 병원 주치의가 기록돼 있어 119에 실려 응급실에 갈 경우에도 시간을 아껴 신속하게 수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한 회장은 “발명가는 불편한 것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반복해서 공을 들이다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생명단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물속에 빠진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생명단추 탄생 과정에 대해 회상했다.

그는 2014년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사건으로 일부 아이들의 시신을 몇 년 후에 발견했지만, 옷만 나왔고 DNA를 발견하지 못한 것을 보면서 신원 확인 방법을 고민했다. 여기에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2019.5.29)에서 유람선이 침몰해 한국인 관광객 중 25명이 사망하면서 6~7개월 만에 찾은 시신은 DNA 검사를 못 해 한국에서 하게 됐다. 한 회장은 “이때 결심했다”며 “배 타는 사람들에게는 옷에 배지나 단추를 달아야겠다는 마음먹을 무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해 나이 드신 분들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핸드폰 QR코드를 활용하는 것을 보고 예전에 고민했던 문제가 해결됐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바코드를 찍는 시대에서 QR코드 시대가 됐구나 싶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치매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일본에서 치매환자 노인의 손톱에 QR코드를 새겨 넣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 회장은 “손톱이 자라니까 일본은 보름에 한 번씩 QR코드를 교체해야 해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추에 인쇄를 생각하다가 지워질 수 있어 레이저를 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개발했다”고 말했다.

등반로에 설치한 ‘비상 QR’은 위급할 때 스캔만 하면 경찰서와 112에 연결된다.(사진제공: 한종휘 회장) ⓒ천지일보 2023.10.31.
등반로에 설치한 ‘비상 QR’은 위급할 때 스캔만 하면 경찰서와 112에 연결된다.(사진제공: 한종휘 회장) ⓒ천지일보 2023.10.31.

◆인천 연수·서울 은평 치매환자에 적용

생명단추는 올해 4월 인천시 연수구 치매안심센터에 이어 지난 8월 서울 은평구치매안심센터(서부경찰서와 QR 시범사업 협력)에 납품하게 됐다. 연수구는 ‘치매안심 기억단추’로 은평구는 ‘QR 안심단추’로 각각 치매환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한 회장은 “직접 생명단추를 들고 연수구치매안심센터를 찾아갔다”며 “담당자는 황당해하면서도 고맙게 제품에 대한 설명을 경청한 후 올해 4월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은평구치매안심센터도 지난 8월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

생명단추를 활용하고 있는 센터에서도 만족하고 있었다. 연수구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기억단추를 착용한 이후 실종 어르신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부모님께서 QR코드가 새겨진 기억단추를 착용한 후 가족들도 심리적으로 안정됐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이어 “디자인도 예쁘고 만족스럽다며 무료로 보급한 단추 1개 외 5~6개를 추가로 구입한 분도 있다”며 “많은 보호자와 가족들이 효과와 유용성을 높이 평가하고 반응이 좋아 확대 등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위험 노출 시에도 사고 예방 가능”

한 회장은 “최근 도심에 있는 등반로에서 등산객이 피살·피습 등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CCTV 설치가 어려운 곳에 ‘비상 QR’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위험에 노출 시 핸드폰으로 스캔만 하면 자동으로 관할 지구대로 위치가 전송됨과 동시에 5초 동안 현장의 목소리가 녹음되면서 112에 연결돼 귀중한 생명의 안전을 책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비상 QR’은 전원 없이 위험 지구에 설치하면 위급할 때 스캔만 하면 경찰서와 112에 연결된다. 제주도 올레길에 내년에 설치할 예정이다. 가로등 없는 밤길과 학교 내 화장실, 공중화장실 등에서 위험에 노출 시 관리실과 연계되며 등산로 조난 및 위치정보를 알고 싶을 때도 119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자동차 QR 인식표는 운전자 번호 대신 안심번호가 뜨게 돼 불필요한 전화를 차단할 수 있어 특히 여성 운전자에게 인기다.

사진제공.(한종휘 회장) 
사진제공.(한종휘 회장) 

‘안심 QR’은 혼자 있는 가게에 강도가 들어올 경우 카운터 옆에 부착해 스캔하면 즉시 파출소에서 출동하게 된다. 지갑과 가방, 핸드폰 등 분실 시 부착된 QR을 스캔해 주인을 찾아줄 수 있으며 ‘부재중 알림 QR’도 있어 개인사업장, 사무실 등 부재 시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소통할 수 있다.

또 어린이 SOS 기능은 부모가 생명단추에 가입할 경우 자녀의 동선을 핸드폰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유괴 등의 위험에서 보호할 수 있게 된다.

한 회장은 “위치 확인 등으로 인한 인권 침해와 정보 노출 등 문제가 제기되는 측면도 있는데 정보동의서를 받고 약식 기록을 하면 된다”며 “생명 QR코드는 노인분들을 위험에서 즉시 해결할 수 있다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시간을 거쳐 탄생한 생명단추가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길 희망하면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명단추 해바라기 배지·목걸이·브로치 제품 일반노인·치매환자(남, 여) 각각 2만 6000원이며, 위험지구에 설치하는 비상 QR은 월 관리비 2만원, 1인 식당·택시 등에 사용되는 안심 QR 벨은 월 관리비 3500원, 지갑·핸드폰 등 개인소장품에 사용되는 안심 QR과 1인 점포, 무인점포 등에 부재중알림 QR코드 등에 각 월 관리비 2000원에 사용할 수 있다.

한편 한 회장은 대표적인 업적으로 영화 원리를 이용해 지하철 차창을 통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터널비전시스템(TVS)’을 개발해 중국 베이징, 캐나다 등에 설치했다. 한국은 분당선에 설치해 현재 운영 중이다. 

비상 QR 사용 방법 (제공: 한종휘 회장) 
비상 QR 사용 방법 (제공: 한종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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