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에 각시탈 등 의혹
경찰, “혐의 없음” 사건 종결
짐빔 결론에 여론 의심 가득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추모의 벽 앞에서 한 시민이 추모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6.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사흘 앞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추모의 벽 앞에서 한 시민이 추모메세지를 붙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26.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세월호 이후 인명 피해가 가장 컸던 이태원 참사. 1주년을 맞았지만, 참사 원인은 미제로 남아있다는 시각이 있다. 경찰이 관련 의혹들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고 결론을 지었지만, 사건 원인이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넘어져서 발생했다는 경찰 설명의 타당성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명 ‘각시탈’ 의혹은 여전히 의구심이 많이 남은 상태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태원 참사’를 둘러싸고 온라인상에서 주로 제기됐던 ‘토끼머리띠’, ‘각시탈’ 등의 의혹과 관련해 “사고 원인과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참사 발생 초기 당시 일부 유튜브 채널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각종 의혹이 확산했다. ‘토끼머리띠’ 남성이 고의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이나 ‘각시탈’을 착용한 남성 2명이 단소를 들고 밀기를 지휘하고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고를 유발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특수본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혐의 없다’고 판단했고, 사고 원인에 대해 폭 3m 남짓의 좁고 가파른 내리막 골목에 인파가 한꺼번에 빽빽하게 몰려 넘어지면서 발생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볼 것은 고의로 밀거나 넘어지게 하지 않았다면 좁은 공간에 많은 인파가 몰리더라도 159명이라는 많은 수의 사망자가 나왔을까 하는 의문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당시 사람들이 밀지 않았고 넘어지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참사 원인의 대한 경찰 발표가 사실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내린 결론이라면 사고 원인으로 가장 근접하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의혹들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다. 우선 토끼 머리띠는 밀기꾼으로 의심을 받았지만, 교통카드 내역을 증거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명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지하철 이태원역에서 오후 9시 55분경 승차해 10시 17분 합정역에 하차한 기록이다. 신고가 집중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건 10시 15분부터라 타당성 있는 증거로 보인다.

(캡처: 블로그 갈무리) ⓒ천지일보 2023.10.26.
(캡처: 블로그 갈무리) ⓒ천지일보 2023.10.26.

문제는 각시탈 의혹이다. 각시탈은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밀기’와 ‘미끄럽게 했다’는 두 가지 요소에 대해 함께 의혹을 가진다.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각시탈+단소’라고 밝힌 A씨는 고의적 테러라는 부분과 단소로 미는 방향지시 등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우선 자신이 해밀턴호텔 뒷길을 오후 10시 반쯤 지나와서 아래 대로변에서 와이프를 만나 사고지점인 위쪽 골목을 가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단소로 미는 방향지시에 대해 인파가 너무 많아 뒤에 따라오는 친구에게 이동할 방향을 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미끄럽게 했다는 아보카드 오일에 대해 술 먹을 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집에서 먹다 남은 ‘짐빔’ 반병을 챙겨와, 오일을 구매했다는 의심을 받는 마트에서 제로콜라를 사다가 섞어 마셨다고 했다. 이는 증거를 찾기 어려워 사실 확인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보카도 오일과 짐빔. (캡처: 블로그 갈무리) ⓒ천지일보 2023.10.26.
아보카도 오일과 짐빔. (캡처: 블로그 갈무리) ⓒ천지일보 2023.10.26.

특히 당시 특수본은 각시탈이 뿌린 게 아보카도 오일이 아니라 짐빔이라고 밝혔을 때 여론은 의구심으로 가득했다. 해당 보도 댓글에는 “근데 짐빔은 왜 뿌려?” “짐빔을 먹었다면 이해해도 뿌린 건 대체 왜 그랬는지?” “경찰 믿을 수가 없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한 네티즌은 “각시탈 관련해서 여러 의혹이 있는데 짐빔이라는 이유로 무혐의 내렸다면 이번 사건은 은폐 수준”이라며 “짐빔 안에 다른 액체들을 섞을 수 있고, 수신호 하는 영상도 나왔다. 사건 당일 공중파 방송에서 일정 무리가 밀었다는 증언들과 바닥이 술 등 액체로 미끄러웠다는 증언들이 나왔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일체 언급이 없다”라고 했다. 이어 “희생자들 신발이 검게 더러워졌는데 국과수에 보내서 성분 분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태원 이상으로 밀집되는 게 신도림 등 전철역인데 수십년간 압사 사고가 단 한건도 없었다. 이건 미는 행위 없었으면 없던 일”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희생자들의 신발이 검게 된 부분이 아보카드 오일인지 짐빔인지 분석해보면 사실 확인이 가능하지 않냐는 지적이다. 또 수신호는 각시탈과 함께 의도·조직적으로 밀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무리와 관련한 영상이 퍼지면서 알려졌다.

(캡처: 양꾼TV) ⓒ천지일보 2023.10.26.
(캡처: 양꾼TV) ⓒ천지일보 2023.10.26.

당시 유튜버 양꾼은 미는 것과 관련해 특정한 세력으로 각시탈을 쓴 두 사람을 포함한 무리를 ‘밀기꾼’으로 지목했다. 단소로 무리들을 지휘한다는 의혹이다. 양꾼은 참사 당일 이태원의 또 다른 골목에서 주위에 소음을 제거하고 관련 목소리를 추출한 분석 영상을 통해 단소를 들자 ‘사람들 밀면 죽는 거 알지?’, ‘여기서 옆쪽으로 밀꺼에요’라는 소리가 들린다며 또 소방관이 보이자 눈에 띄게 흔들던 단소를 멈췄다며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꾼이 올린 이 영상은 현재 내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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