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조의금 8791만 5천원 기부
27일 서울교육청서 기탁식 열려

이태원 희생자 고 신한철씨 가족이 교육청에 보내온 기부 약정서. (제공: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 2023.10.26.
이태원 희생자 고 신한철씨 가족이 교육청에 보내온 기부 약정서. (제공: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 2023.10.26.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아들은 살아있을 때 강서구 장애인 일터에 기부하고 있었어요. 많진 않지만 매달 3만원씩. 장애인 일터는 초등학교 때던가, 체험학습을 했던 곳이라고 해요. 아들이 기부하는 줄은 알고 있었는데, 한 3개월하고 안 하는 줄 알았더니… (이태원 참사 이후) 통장을 찍어보니 7년 3개월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기부는 아들의 꿈이에요.” -고(故) 신한철의 어머니 송선자씨

이태원 참사 1주년을 이틀 앞둔 오는 27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신씨의 생전 따뜻한 마음이 모교 후배들에게 전해진다.

26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신씨의 유족은 고인의 장례식 때 모인 조의금 8791만 5천원 전액을 한 달 전쯤 고인의 모교(초-중-고)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교육청은 오는 27일 기탁식을 갖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유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예정이다. 기부금은 20%(발산초)·30%(신월중)·50%(광영고) 비율로 나눠 각 학교에 전달 계획이며, 신씨의 아버지 신현국씨의 뜻대로 결식아동이나 저소득층 학생 등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일 방침이다.

한철씨 가족. (제공: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 2023.10.26.
한철씨 가족. (제공: 서울시교육청) ⓒ천지일보 2023.10.26.

유족이 특별한 기부를 하게 된 배경에는 고인을 기억하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었다. 어릴 때부터 죽어가는 지렁이를 살리고자 하는 아이였고, 커서도 방송에서 아프리카든 어디든 어려운 이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ARS(자동응답전화)를 통한 기부 안내가 나오면, 꼭 버튼을 눌러 기부했다는 게 유족들의 설명이다. 신씨의 아버지는 “기부는 한철이의 뜻”이라고 전했다.

신씨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일기장에 ‘영화 <비긴 어게인>에 나온 여주인공이 부른 <텔 미 이프 유 워너 고 홈>을 듣고 있으면, 항상 뉴욕에 있는 기분이 든다. 내가 어떤 누군가가 된 듯한 느낌을 들게 해주는, 그런 가수와 앨범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적었다.

그는 건국대를 졸업한 뒤 연예기획사에서 일하다 성균관대 미디어문화융합대학원(엔터테인먼트경영 전공)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꿈을 키워나가는 중이었다. 유족은 “스스로를 ‘보드카 같은 사람’이라 부를 정도로 주변 사람을 ‘독하도록 취하게 만드는’, 인기 있는 청년이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부탁해 온 행인의 제안에 응했다가 친구들과 멀어졌고,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했다. 당시 27살이었다.

신씨의 누나인 신나라씨는 그 당시 “신을 찾다가도, 신을 원망하다가도, 다시 신에게 비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런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희생자 가족들에게 “나라 구하다 죽었냐”, “자식 팔아 한 몫 챙기자는 수작 아니냐”는 2차 가해까지 더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고통스러울수록 신씨 가족은 ‘잊지 않고 꼭 기억할게’라는 약속을, 그리워하며 되풀이하고 있다.

강민석 서울시교육청 대변인은 “서울시교육청과 세 학교는 한철씨 가족의 뜻을 받들어, 기부금 8791만 5000원 중 단 1원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하늘의 별이 된 아들’ 한철씨가 자신에게 온 조의금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쓰이는 걸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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