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장관 26~28일 방미 전
美국방 “中, 미국에 도전 중”
中 “美, 패권 유지에 ‘안간힘’”
“이에 ‘중국 위협론’ 퍼뜨려”

미중 관계 개선 물꼬 전망도
시진핑, 대미 관계 개선 의지
美도 “대화 채널 유지 중요”
내달 APEC서 정상회담 전망

[발리=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발리=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외교장관)이 26~28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에 머물면서 미 국무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회담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타전되자 미·중 관계의 ‘해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각 분야 전문가들도 국제사회가 당면한 최고 리스크는 이팔 전쟁이나 우크라 전쟁이 아닌 ‘미중 갈등’이라고 지목한 만큼 두 나라의 관계는 국제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론 ‘평화 무드’ 속내는?

이번 왕이 장관 방미에선 공식적으로도 상호 입장 차를 극복하고 공존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는 방안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 연례 만찬 참석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직접 밝힌 내용과도 같다. 시 주석은 “미국과 중국이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을 확립할 수 있을지가 전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향후 보다 안정적인 양국 관계 구축을 시사했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 관계의 추가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소통이 중요한 단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이 내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가운데 중국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한 건 APEC 포럼 계기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표면적으로 놓고 보면 미중이 외교·안보적 경쟁을 다소 완화하면서 지구촌에 건강한 화합과 평화가 찾아오는 모양새다. 하지만 군사안보의 전체 뼈대를 보면 이와는 정반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 (출처: 연합뉴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 (출처: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9일 ‘2023 중국 군사력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차보고서에서 “중국은 과거보다 예상보다 더 빠르게 핵·장거리 미사일 무기고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2023년 5월 현재 이전 예상을 뛰어넘는 500개 이상의 작전용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며 “오는 2030년까지 중국이 1000개 이상의 작전용 핵탄두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또 “중국이 속도를 조절하면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중국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재래식 무장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모색하고 있을 수 있다. 중국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사일로의 3개 신규 분야 건설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의 방미 직전 중국 심기를 건드는 이번 발표에, 최근 양국 간 교류는 군사 충돌 막기 위한 ‘수위 조절’ 행보일 뿐, 실질적인 갈등 봉합이나 해소는 아니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국이 패권 전쟁을 끝내기 위한 본격적인 해빙 분위기에 접어들었다는 건 맞지 않다는 분석이다.

◆군사력 보고서 발표에 中 ‘발끈’

실제 미 국방부 보고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강렬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보고서 발표 당일 “미 국방부 보고서는 종전 판과 마찬가지로 사실을 무시한 채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 군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구실일 뿐인 ‘중국 위협’ 이론을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핵 방어 전략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으며 국가 안보에 필요한 최저 수준의 핵전력을 유지해 왔다”며 “어떤 나라와도 핵 경쟁을 하거나 핵무기 행사 의사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은 핵보유국 중 독특한 핵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높은 수준의 안정성과 일관성, 예측 가능성을 유지해 왔다”며 “중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겠다고 위협하지 않는 한 어떤 나라도 중국의 핵무기로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이 냉전적 사고방식과 패권논리를 버리고 중국의 전략적 의도와 국방발전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보며 이러한 무책임한 보고서를 해마다 발표하는 것을 중단하고 군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중국 군사 전문가 장준서 중국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5000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국가가 다른 국가가 위협을 가한다고 말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꼬집었다.

◆“핵 더 많은 미국이 중국 견제”

환구시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당시 군비 통제건축부 국장이던 푸총(Fu Cong)은 유명 국제 싱크탱크의 통계를 인용해 “미국의 핵무기 보유량이 약 5800개의 핵탄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설령 중국이 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미국의 핵탄두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의 전략 핵잠수함과 전략 폭격기, 거기에 탑재되는 탄두 수는 중국을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월등히 높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중국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이 대만섬 주변 해역과 서태평양에서 항모전단을 편성해 1개월 동안 전투태세 훈련을 실시하고 하이난도 모항에 귀환했다고 중국군 남부전구가 10일 발표했다. (출처: 남부전구 웨이보 캡처)
중국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이 대만섬 주변 해역과 서태평양에서 항모전단을 편성해 1개월 동안 전투태세 훈련을 실시하고 하이난도 모항에 귀환했다고 중국군 남부전구가 10일 발표했다. (출처: 남부전구 웨이보 캡처)
(부산=연합뉴스) 12일 오전 부산작전기지에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입항하고 있다. 레이건함 등 제5항모강습단 입항은 한미 확장억제의 차원이며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우호 협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2023.10.12
(부산=연합뉴스) 12일 오전 부산작전기지에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이 입항하고 있다. 레이건함 등 제5항모강습단 입항은 한미 확장억제의 차원이며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우호 협력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2023.10.12

실제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국방예산은 8420억 달러(약 1140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전체 사우디아라비아 국내총생산(GDP)보다 많고, 중국을 포함한 9개국 국방예산 합산보다 20% 높은 수치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상 전략미사일과 공중핵무기, 차세대 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포함한 차세대 전략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은 소위 전술적 사용을 위해 핵무기 소형화에도 나선 상황이다. 전술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는 한편 냉전기 동맹국과의 핵공유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영국 등 동맹국에 핵무기 배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오닝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의 위협을 과장하는 건 자신들의 통제되지 않은 핵무기 확장에 대한 구실을 찾는 동시에 중국의 정상적인 군사 발전을 불신하고 억압해 절대적인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환구시보는 “미국 국방부 보고서가 중국 국방안보 플랫폼으로 29~3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판 샹그릴라 대화’인 샹산포럼을 앞두고 발표된 점을 고려, 중국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가 중국의 이웃 국가들을 함정에 빠뜨리고 중국의 정상적인 군사 발전에 저항하고 반대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고 논평했다.

◆中 ‘美 제재 대상’ 국방장관 해임

그러나 미중 분위기가 과거 긴장 일변도에서 한층 누그러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는 리상푸 국방부장(장관)을 해임했다고 현지 언론이 25일 전했다. 그는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불법적으로 사들였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월 그를 국방부 수장 자리에 올려놨었는데, 왕이 외교 사령탑 방미에 앞서 미-중 갈등을 상징하는 그를 해임한 건 외교 관계 회복을 막는 장애물을 스스로 제거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도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를 접했다면서 “미국은 군을 포함한 양국의 고위 지도자들이 채널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으나 인사 발령에 대해선 발언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특히 같은 날 시진핑 중국 주석은 “양측이 입장차를 줄이고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만큼 미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언론이 이날 전했다.

외신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내달 15~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회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가 이번 방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도 만날지는 미지수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왕이 부장이 바이든 대통령과도 면담할지에는 언급을 거부했다고 미 WP가 24일 전했다.

그러나 앞서 토니 블린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6월 베이징을 방문할 당시 시 주석과 면담한 바 있는 만큼, 왕 부장과 바이든 대통령의 면담도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따라 왕이 부장 방미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거론되면서 미중 관계가 본격 해빙 분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좌)과 회동하는 시진핑 주석(중앙) (출처: 연합뉴스)
블링컨 장관(좌)과 회동하는 시진핑 주석(중앙) (출처: 연합뉴스)
미국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외교부장이 16~17일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전격적으로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뉴시스)
미국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외교부장이 16~17일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서 전격적으로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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