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탄 목선 월선 포착 못해

“육군 레이더 포착땐 이미 실패”

월선한 北목선 3시간 넘게 ‘몰라’

해명만 급급… ‘정상적 작전’ 반복

(양양=연합뉴스)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빨간색 원 표시)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2023.10.24
(양양=연합뉴스) 북한 주민 4명이 24일 소형 목선을 타고 동해 북방한계선(NLL) 아래로 내려와 속초 앞바다에서 우리 어민에 의해 발견된 가운데 이날 오후 군 당국이 소형 목선(빨간색 원 표시)을 양양군 기사문항으로 예인하고 있다. 2023.10.24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 주민 4명을 태운 소형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한 가운데 군이 정상적인 작전이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이를 반박하는 의견이 25일 정치권에서 나와 주목된다.

군이 동해상 감시‧경계 작전에 실패했음에도 성공한 작전으로 둔갑시켜 발표했다는 지적인데, 실제라면 군의 감시‧경계에 구멍이 뚫린 것을 넘어 아전인수식 해석 논란으로까지 파장이 확산될 전망이다.

◆김병주 “경계‧합동작전 실패”

4성 장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북한 목선의 남하 과정을 군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을 두고 “경계작전의 실패이자 합동작전의 실패”라고 직격했다.

사건 당일 오전 5시 30분 북한 목선이 육군 레이더에 잡혔을 때는 이미 NLL을 34㎞ 남하한 상태였기 때문에 군이 이미 작전에 실패했다는 설명인데, 이후의 군의 대응 작전 과정마저도 엉터리였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34㎞ 내려왔을 때에야 겨우 육군 레이더가 잡았는데, 그것도 ‘미상 물체’로 확인을 했고, 6시 반쯤 다른 열상 장비가 또 체크했다”면서 “선박주의보를 발령하면 육해공군 합동작전이 되는데, 선박주의보도 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5시 30분에 육군에서 (미상 물체가) 레이더에 잡히니까 해군에 (확인하라고) 통보를 했는데, 해군에서는 (레이더에) 잡힌 것이 없다고 통보하고 더 이상 행동을 안 한 것”이라며 “경비정을 그쪽(목선 쪽)으로 보내 확인 작업을 했어야 되는데 이런 작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육군 레이더에 포착된 5시 30분부터 7시 10분까지 군이 뭘 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데, 김 의원은 “미확인 물체니까 계속 확인하고 검토만 했던 것 같다”며 “해군의 작전은 어민의 신고를 받고 해안에 있는 수상안전통제소로부터 연락을 받은 다음인 7시 10분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성공한 작전’이라는 군 당국의 설명이 “너무나 어이없는 얘기”라며 “이렇게 실패를 했는데도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성공한 작전으로 둔갑시켜 발표하는 건 참으로 문제가 크다”고 꼬집었다.

◆군 오전엔 “해경과 공조 신병 확보”

사실관계는 이렇다. 전날 오전 9시께 북한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4명이 강원도 속초 지역에서 귀순 의사를 표시했다는 소식이 정부발로 전해졌다.

10시쯤에는 어민이 이들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10분께 속초시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어민이 ‘이상한 배가 있다’고 신고했다는 내용이다.

비슷한 시각에 군은 기자단에 북한 소형목선 관련 공지를 냈다. 내용인즉슨 군은 이른 새벽부터 동해 NLL 인근 해상에서 특이 징후가 있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해 작전적 조치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 주민 귀순으로 추정되는 소형목선에 대해 해안 감시장비(레이더, TOD:열상감시장비)로 포착해 추적하고 있었고, 그러다가 해경과 공조해 속초 동방 해상에서 신병을 확보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속초 동해 해상에서 조업 중이다가 북한 소형목선을 발견한 어민의 신고가 있었다고도 군은 전했다.

군이 즉각 이런 공지를 낸 배경을 놓고는 지난 2019년 6월 이른바 ‘대기 귀순’ 사태 때 불거진 해안·해상 경계시스템 부실 논란을 의식한 채 미리 차단막을 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 소형목선이 NLL을 넘은 시점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의구심은 있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군의 발표에 대한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다.

◆오후엔 군 경계망 허점 드러나

하지만 오후 군 관계자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북한 목선이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NLL을 통과하는 등 군·경의 해상·해안감시 태세에 허점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군은 어민이 신고하기 전까지 북한 목선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오전 4시 이전부터 NLL 이북 해상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포착하고 남하 가능성에 대비해 초계기와 고속정이 NLL 근처에서 탐색 작전을 폈고, 오전 5시 30분께부터 작전 조치에 들어갔지만 북한 목선을 특정하지 못했다. 북한 목선이 발견된 속초 동쪽 해상은 NLL에서 남쪽으로 약 40∼50㎞ 떨어진 지점이다.

결론적으로 군은 북한군이 새벽 동해상에서 뭔가를 찾는 듯한 동향이 있어 이런 움직임을 포착하고 수색에 나섰지만, 조업 중이던 어민이 발견해 신고할 때까지 3시간가량 북한 선박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목선이 NLL을 넘은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면서 “오늘 새벽 4시 이전에 발생한 상황은 연해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있었기 때문에 NLL을 통과할 때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소형 선박이 레이더 10노티컬마일(약 18.5㎞) 이내로 들어오면 포착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NLL 길이가 400㎞가 넘는 동해상에서 북한 소형목선이 넘어오는 것을 모두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럼 감시‧경계에 손 놓고 있어야 하느냐면 또 그건 아니다.

국민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인데, 국방부 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귀순 등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의 일환이다.

◆군 해명 과정 논란 더욱 부추겨

결국 또 동해 NLL 감시·경계 태세에 구멍이 뚫린 셈인데, 그러나 이에 대한 군의 적극 해명 과정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이런 행태는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한 기울어진 언론 지형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목선이 동해 NLL을 언제 넘어왔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과는커녕 변명에 가까운 해명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김병주 의원의 설명대로라면 군의 용산식 해석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언론 지형을 살펴봐도 2019년 6월 북한 목선 ‘삼척항 대기 귀순’ 때 벌어진 경계 실패 논란과 비교하면 극명하다. 당시 북한 목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동해 삼척항에 입항해 여러 주민이 이를 목격하는 등 군 경계망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온 언론이 도배하다시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십자포화를 쏟아냈다.

군경의 해상·해안경계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언론들의 비판이 확산하자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지금은 문 정부 시절의 행보와는 너무 다른 양상인데, 실제 보수 신문들은 별다른 보도도 없다. 되려 군도 “이번 소형 목선은 길이가 7.5m로 삼척항으로 귀순한 목선(10m)보다 소형이었다”며 “당시보다 작은 배인데도 발견했다”고 으쓱했다.

2019년 6월에는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들어올 때까지 군이 아예 몰랐지만, 이번에는 탐지·추적하며 이상 징후 선박으로 판단해 절차에 따른 조처를 하고 있었다는 해명과도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전임 정부에 대한 열등 의식으로 꽉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정부에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남북 단절의 시대로 접어든 데다 특히 남측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대결 구도의 선봉장 역할과 함께 대북 억지책이라며 일장기를 단 자위대함과 전투기가 한반도 해상을 휘젖고 상공을 날아다니는 걸 기꺼이 수용하는 등 나라 꼴이 엉망이라는 전문가들의 탄식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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