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앞줄 가운데)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앞줄 오른쪽)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STC와 디지털 인프라 관련 MOU를 체결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김영섭 KT 대표(앞줄 가운데)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앞줄 오른쪽)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STC와 디지털 인프라 관련 MOU를 체결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일컬어지는 ‘오일쇼크’로 인해 전 세계는 심각한 경제적 위기 상황을 맞았다.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 발발을 계기로 페르시아 만의 주요 산유국 6개 국가가 원유 가격 인상과 감산에 돌입했다. 당시 배럴당 2.9달러였던 원유(두바이유) 가격은 4달러를 돌파했고, 1974년 1월 11.6달러까지 오르며 4배나 폭등했다. 현재의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14.5달러에서 55달러로 폭등한 셈이다.

국제유가가 오르자 주요 선진국들은 두 자릿수의 물가상승은 물론 마이너스 성장까지 겹치면서 경제불황 속에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전형적인 스테그플레이션에 빠지게 됐다.

중동의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또한 오일쇼크의 영향을 직격타로 맞았다. 원유 가격 상승은 제품 가격 상승으로 그대로 이어져 1973년 3.5%였던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은 1974년 무려 24.8%로 수직상승했고, 1975년에도 25.2%까지 치솟았다. 무역수지 적자폭도 10억 달러에서 24억 달러로 크게 확대됐다. 경제성장률은 3%대로 급락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동 진출은 오일쇼크 위기를 극복하는 디딤돌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3년 삼환기업이 우리나라 기업 최초로 사우디에서 알울라-카이바 고속도로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 규모는 약 2천만 달러에 달했다.

사우디뿐 아니라 석유 판매로 돈을 비축한 중동 국가들은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중동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호황을 맞았다. 이렇게 시작된 중동 붐(Boom)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진출 경험을 쌓고 외화를 벌어들이며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현재. 우리나라는 ‘신(新)중동 붐’을 맞았다. 세계는 점차 탈석유화 시대로 들어가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고, 중동에도 변화의 시기가 도래했다. 탈석유 경제 기반 마련에 주력하는 중동 주요국 가운데 사우디가 있다. 사우디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 주도로 에너지원 다각화를 비롯해 제조업 육성 등 산업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경제 구조를 바꿀 ‘비전 2030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주도하는 신도시 사업인 ‘네옴시티’ 조성도 포함돼 있다. 또한 2035년까지 기존 공장을 1만여개에서 3만 6천개로 확대하는 등의 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사우디는 인프라 건설 사업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사우디는 ‘청정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한 사우디는 국가적 차원에서 2030년까지 태양광으로만 40기가와트(GW) 생산 달성 등 58.7GW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시설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과 관련해선 네옴시티에 50억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규모 그린수소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 있다. 원전 건설도 상당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참석하에 지난 23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사우디 측과 4건의 인프라 수주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아람코가 보유한 셰일가스 매장지에서 천연가스 정제 플랜트를 건설하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와 스마트 건설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고, KT와 현대건설은 사우디텔레콤과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기념식에서의 성과뿐 아니다.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DL이앤씨는 사우디 해수담수청(SWCC)과 ‘소형모듈원전(SMR) 활용 담수화 플랜트 전력 공급 상호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 사는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한 SMR을 활용한 청정 수소·암모니아 생산 모델 연구도 협력하기로 했다.

호반그룹과 사우디 모하메드 알-오자이미 그룹과의 MOU(사우디 내 건설·제조 등 사업 관련), 코오롱글로벌과 마스코(MASCO)사와의 MOU(사우디 국영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대규모 사업에 공동 참여) 등의 성과도 있었다.

탈석유화 시대로의 전환이 빨라질수록 중동 진출 기회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성과뿐 아니라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며 ‘신중동 붐’을 한층 더 발전시켜나가 더 많은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나가는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들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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