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딸 사진에 흐느끼는 이스라엘 남성[텔아비브=AP/뉴시스] 1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납치된 딸의 사진에 얼굴을 대고 흐느끼고 있다. 2023.10.15.
피랍 딸 사진에 흐느끼는 이스라엘 남성[텔아비브=AP/뉴시스] 14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사람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납치된 딸의 사진에 얼굴을 대고 흐느끼고 있다. 2023.10.15.

[천지일보=방은·최혜인 기자]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 시 가자지구로 납치해 간 인질 중 2명을 추가로 석방했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미국 여성과 그의 딸을 석방한 지 사흘 만이다. 인질을 방패 삼을 거란 관측 속에 인질들이 계속 풀려나자 대규모 지상전을 예고한 이스라엘군이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하마스 아부 우바이다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는 점령군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인도주의적, 건강상의 이유로 이들을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석방한 이들은 이스라엘인 누릿 쿠퍼(79)와 요체베드 리프시츠(85)다. 이날 풀려난 두 여성의 남편들은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상태다. 하마스가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하면서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은 대략 220명으로 추산된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풀려난 두 여성이 이스라엘군에 인계돼 의료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가자 지구 근처의 니르 오즈 키부츠에서 납치됐고 그들의 남편도 여전히 하마스에 의해 억류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마스가 인도적 고려에 따라 이스라엘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하면서 가자지구 지상전 등 다음 단계를 저울질하는 이스라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마스가 23일(현지시간) 석방한 누릿 쿠퍼(79)와 요체베드 리프시츠(85).
하마스가 23일(현지시간) 석방한 누릿 쿠퍼(79)와 요체베드 리프시츠(85).
20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 급습 시 납치했던 미국인 모녀 2명이 석방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천지일보 2023.10.21.
20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 급습 시 납치했던 미국인 모녀 2명이 석방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천지일보 2023.10.21.

이날 로이터 등 외신은 그 이유로 더 많은 인질이 석방되기 전에 지상전에 돌입할 경우 인구 밀집 지역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작전을 멈추거나 제한하라는 국제적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휴전에 들어갈 시 하마스에 기회를 주는 거라고 우려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떤 휴전이든 하마스에 휴식과 재정비의 빌미를 주고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을 준비할 시간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마스가 학교와 병원, 아파트 등 민간 건물에 자리 잡으며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 국무부는 확전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밀러 대변인은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분쟁이 레바논 남부로 확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미국이나 중동 다른 국가의 이해관계를 겨냥한 이란 대리 세력의 공격도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고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인질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인과 이스라엘인 인질 2명씩을 연달아 석방하면서 협상이 잘 풀릴 수 있을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폭격을 중단한다면 인질 일부를 석방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반면, 이스라엘 최우방국 미국은 인질 석방을 우선으로 내세운다. 실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휴전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인질들을 석방한 뒤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지구상 절멸’을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입장 차를 좁힐 수 있는 중재가 가장 절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방부 바깥의 벽면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벽면을 지나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수가 기존 155명보다 많은 199명이라고 밝혔다. (출처: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국방부 바깥의 벽면에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 인질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벽면을 지나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 수가 기존 155명보다 많은 199명이라고 밝혔다. (출처: AFP=연합뉴스)

하마스의 추가 인질 석방은 가자지구 내 연료를 공급받기 위한 방책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이날 인질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연료를 대가로 민간인 인질 석방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연료를 대가로 한 하마스의 인질 석방 제안을 이스라엘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에는 지난 21일부터 트럭 20대, 전날 트럭 17대에 이어 사흘 연속 이집트와의 국경인 라파 검문소를 통해 물과 식량, 의약품 등 구호물품이 반입됐지만 연료는 제외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며 연료 공급에 반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해왔지만, 이달 7일 개전 이후 물, 전기, 연료 공급을 차단하는 등 포위를 강화하면서 인도주의 참사가 불거졌다.

이스라엘의 공습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하마스 전사들이 거주하는 가자지구 내 터널, 수십 개의 지휘소와 감시소, 박격포와 대전차 미사일 발사대 위치를 포함해 24시간 동안 320개 이상의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436명이 목숨을 잃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2주간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최소 508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으며 그중 2055명이 어린이라고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 사무국(OCHA)은 가자지구 인구의 절반 이상인 약 140만명이 난민이 됐으며, 많은 사람이 과밀한 유엔 비상 대피소에서 피난처를 찾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출처: AFP, 연합뉴스) 하마스가 인도적 고려에 따라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하면서 가자지구 지상작전을 앞둔 이스라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방에서 인질 구출이 우선이라며 지상전을 연기하라는 압박이 계속되면서 작전을 늦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인도주의 휴전’에 대해서는 하마스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생필품 들고 대피하는 가자지구 주민들
(출처: AFP, 연합뉴스) 하마스가 인도적 고려에 따라 인질 2명을 추가로 석방하면서 가자지구 지상작전을 앞둔 이스라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방에서 인질 구출이 우선이라며 지상전을 연기하라는 압박이 계속되면서 작전을 늦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인도주의 휴전’에 대해서는 하마스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생필품 들고 대피하는 가자지구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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