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국경 지역인 라파에서 1차분 구호품을 실은 트럭들이 국경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10.23.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국경 지역인 라파에서 1차분 구호품을 실은 트럭들이 국경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10.23.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공습 작전으로 인도주의적 재앙에 처한 가자지구에 ‘생명줄’이 연결됐다.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가 문을 연 건 이스라엘 전쟁 발발 후 사실상 처음이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이어지는 다른 두 개의 국경 검문소는 모두 문을 닫아 놨다.

21일(현지시간) 오전 10시경 1차분 트럭 20대가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구호품을 싣고 줄줄이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를 느린 속도로 통과했다.

트럭에는 세계 각국과 국제단체에서 보낸 300톤가량의 구호 물품이 실렸다. 의약품, 제한된 양의 식량이 담겼지만 하마스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우려에 따라 ‘연료’는 모두 빠진 채다.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를 위한 2차분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다. 전날 가자지구에 트럭 20대가 들어갔고 이날 17대가 추가로 라파 국경을 통과했지만, 유엔은 주민들의 필요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추가적인 구호품 반입을 촉구했다. (EPA/연합뉴스) 2023.10.23.
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를 위한 2차분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다. 전날 가자지구에 트럭 20대가 들어갔고 이날 17대가 추가로 라파 국경을 통과했지만, 유엔은 주민들의 필요를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추가적인 구호품 반입을 촉구했다. (EPA/연합뉴스) 2023.10.23.
22일(현지시간) 이집트 라파에서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을 위한 트럭들이 국경을 통과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10.23.
22일(현지시간) 이집트 라파에서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을 위한 트럭들이 국경을 통과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10.23.

모든 트럭이 들어간 직후 곧바로 ‘생명길’은 다시 닫혔지만, 다음 날인 22일 라파 문이 다시 열렸다. 전날보다 3대 적은 트럭 17대가 라파 관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스라엘군의 ‘시한부 대피령’에 따라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를 중심으로 몰려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성인이나 아이들이나 가릴 것 없이 구호 물품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학생들까지 가족들을 위해 식수를 받아 수레로 운반하거나, 구호소에서 아이들을 안고 한 끼 식사라도 받으려고 기다리는 모습이 펼쳐졌다.

22일(현지시간) 라파에서 학생들이 이집트 국경 검문소를 통해 보급된 식수를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10.23.
22일(현지시간) 라파에서 학생들이 이집트 국경 검문소를 통해 보급된 식수를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10.23.
2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국경지대 라파에 있는 슈퍼마켓 앞에서 식량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10.23.
2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국경지대 라파에 있는 슈퍼마켓 앞에서 식량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10.23.

그간 가자지구 내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봉쇄와 무차별 폭격으로 물과 식량, 전력 등 모든 공급이 막힌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보내야 했다. 이번 지원은 하루하루 메말라가는 이들에게 그야말로 ‘생명줄’인 셈이다.

구호 트럭 진입에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호했다. 그러나 이번 구호 물량이 주민들에게 고루 전달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잇따라 제기됐다. 가자지구는 제주도 1/5 면적 규모에 23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몰려 있다. 100만명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집을 잃고 난민이 된 상황이기도 하다.

유엔은 모든 자원이 고갈된 재앙적인 상황에서 당장 숨통이라도 트이려면 하루 100대분 이상의 트럭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번 반입을 ‘바닷속의 한 방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가자시티 등 집중 폭격을 맞고 있는 가자지구 북쪽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집트와 가자 스트립을 가로지르는 라파 국경에서 기다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집트와 가자 스트립을 가로지르는 라파 국경에서 기다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하마스 등 무장 정파와 이슬라믹 지하드 등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을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이스라엘은 이들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전투기를 동원, 매일같이 건물째 통째로 줄 폭파시키며 곳곳을 초토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민간인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다.

실제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언한 지난 7일 이후 총 4651명이 숨지고 1만 4245명이 다쳤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결국 전쟁이 멈추지 않으면 민간인들 고통만 가중되면서 이번 참사가 되풀이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유엔 등 국제기구와 서방·중동의 진정성 있는 중재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화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텔아비브=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8일 이스라엘 도착 직후 텔이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3.10.18.
[텔아비브=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8일 이스라엘 도착 직후 텔이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3.10.18.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