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카타르 ‘석유·가스’ 우선 구매권 확보
공동 시추·개발 추진 등에 대한 기대도 나와
중동 주요국들 ‘탈석유’ 경제 기반 마련 추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 협력 가능성도 제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6일까지 4박 6일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국빈 방문을 나선 가운데 이른바 ‘중동 세일즈 외교’를 통해 어떤 새로운 경제적 협력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일각에서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주요국이 더 이상 석유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경제 기틀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탈석유 경제 기반 마련’의 주요 파트너로서 중동 국가들과의 경협의 지평을 넓히게 되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 안보 관련 협력 논의 가능성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사우디와 카타르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7위, 18위 교역국이다. 16위인 아랍에미리트(UAE)와 더불어 중동 지역의 중요한 협력 대상국인 셈이다. 특히 중동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두 나라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만 해도 원유가 38%, 가스가 21%에 달할 정도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장기간 전쟁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안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 여겨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통해 안정적 원유·가스 공급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정부는 전략비축유 방출 가능성까지 점검 중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번 방문을 통해 제1의 원유 도입국인 사우디와 주요 가스 수입국인 카타르와의 논의에서 석유·가스 우선 구매권 확보나 공동 시추·개발 추진 등 성과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탈석유 경제’ 그린수소 생산 등 협력 기대

탈석유 경제 기반 마련에 주력하는 중동 주요국 가운데 사우디가 있다. 사우디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 주도로 에너지원 다각화를 비롯해 제조업 육성 등 산업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경제 구조를 바꿀 ‘비전 2030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국가적 차원에서 주도하는 신도시 사업인 ‘네옴시티’ 조성도 포함돼 있다. 또한 2035년까지 기존 공장을 1만여개에서 3만 6천개로 확대하는 등의 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사우디는 인프라 건설 사업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사우디는 ‘청정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한 사우디는 국가적 차원에서 2030년까지 태양광으로만 40기가와트(GW) 생산 달성 등 58.7GW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시설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과 관련해선 네옴시티에 50억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규모 그린수소 생산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 있다. 원전 건설도 상당 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추가 중동 지역 원전 수출이 사우디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탈석유 경제 기반 마련에 힘을 쏟는 사우디 정부와의 논의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기존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협력이 한층 더 강화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현대건설이 아람코와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 1·4번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을 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현대건설이 아람코와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 1·4번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을 진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사진은 사우디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다양한 분야로 협력 지평 넓힐 것”

이번 윤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 방문과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9일 “첨단 제조 기술력과 산업 발전 경험을 보유한 우리나라는 산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하는 중동 국가에 최적의 파트너”라면서 “에너지, 건설 등 전통적 협력 분야와 함께 전기차, 조선, 스마트팜,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 지평을 넓히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처럼 6.25전쟁 이후 황폐화된 대지 위에서도 산업화를 이뤄내며 ‘기적’을 만들어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중동 여러 국가에서 ‘이상적인 롤 모델’로 여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석유·화학, 철강 등 중공업, 정보통신기술(IT) 등 다방면의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동 여러 국가와 다양한 방면에서 협력 관계를 가져갈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당시 우리나라와 사우디가 맺은 300억 달러 규모의 MOU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마련도 이번 윤 대통령의 사우디 국빈 방문을 계기로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시 MOU 내용에는 네옴시티 건설과 관련한 고속철도, 그린수소 플랜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포함된 바 있다. 이 사업에 대한 투자 비용만 5천억 달러(약 67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 앞바다에서 대규모 천연가스전을 발견한 카타르는 LNG 수송선단 확충을 대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카타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계약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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