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적힌 ‘방-122’ 포탄 등
하마스 무기 이어 땅굴까지
자재와 굴착공법 제공 ‘의혹’
“헤즈볼라 등 거쳐 전수된 듯”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하마스가 가자지구 전역에 파놓은 대규모 땅굴 ‘가자 메트로’에 북한기술이 쓰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8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벌어진 가자전쟁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이 지하 터널을 지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23.10.18.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하마스가 가자지구 전역에 파놓은 대규모 땅굴 ‘가자 메트로’에 북한기술이 쓰였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8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벌어진 가자전쟁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이 지하 터널을 지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23.10.18.

[천지일보=김성완·최혜인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하마스가 가자지구 전역에 파놓은 대규모 땅굴 ‘가자 메트로’에 북한기술이 쓰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7일(현지시간) 미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이스라엘 안보단체 ‘알마 연구·교육 센터’는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헤즈볼라’에 전달된 북한 땅굴 기술이 하마스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헤즈볼라가 북한 무기 수출회사로 알려진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로부터 땅굴 자재와 함께 기술을 공급받았다는 주장이다.

하마스가 가자지구 전역에 건설한 500㎞ 길이에 달하는 땅굴은 가자 메트로(Gaza Metro)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일개 무장 정파가 제주도 1/5 크기에 달하는 넓은 면적에 대규모 땅굴을 구축하는 건 관련 기술을 가진 배후가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는 많았다.

실제 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 땅굴 내부에는 하마스 지도부의 은신처와 지휘 사령부뿐 아니라 탄약과 로켓 보관 창고, 무기 운송용 철로까지 설치돼 있다. 하마스는 16년에 걸쳐 이 거대 땅굴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리트 제하비 알마 연구·교육 센터 대표는 “헤즈볼라의 땅굴 기술은 북한 지식에 기초한 것”이라며 “이스라엘 지형은 어느 지역은 콘크리트이고 어느 지형은 사막인데, 콘크리트 지형은 북한과 비슷한 부분으로 (기술적)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재작년 ‘헤즈볼라 터널의 땅’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펴내 KOMID가 헤즈볼라의 ‘지하드 건설재단’에 지하터널 굴착을 위한 자재를 공급하고 북한의 굴착공법을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 측이 레바논 서쪽의 시리아 국경 근처 지역으로 6명의 인원을 파견했다고도 했다.

북한제 F-7로 보이는 무기를 손에 든 하마스 조직원. (연합뉴스) 2023.10.10.
북한제 F-7로 보이는 무기를 손에 든 하마스 조직원. (연합뉴스) 2023.10.10.

이와 관련 문성묵 한국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과 하마스의 관계는 이스라엘에 직간접적인 위협으로 작동할 수 있다”면서 “이런 분석이 나오는 건 북한의 불법성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도 하마스가 북한과 무기거래, 전술 교리, 훈련 등 여러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17일 밝혔다. 먼저 무기거래의 정황으로 대전차 무기를 꼽았다. 하마스가 사용한 F-7로 불리는 대전차 로켓포는 북한이 RPG-7을 수출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또 이스라엘 국경 지역에서 발견된 122㎜ 방사포탄도 북한 연루설을 뒷받침한다. 우리 군은 방사포탄 신관에 한글로 ‘방-122’라고 표기가 북한제 122㎜ 방사포탄을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방-122’ 한글 표기 포탄은 우크라이나 동부 자포리자 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북한의 대러 포탄 지원 증거로 꼽힌다.

이 밖에 패러글라이딩을 이용해 공중에서 침투한 하마스의 전술도 북한이 전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북한이 지난 2016년 12월 김정은 위원장 주관으로 패러글라이더 등을 활용해 청와대를 타격하는 훈련을 공개한 것을 들었다.

다만 배후에 실제 북한이 있더라도 당장 견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본지에 “북러 간 무기 거래가 확인돼도 미국 등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가 않은 것처럼 북한 하마스 관계도 비난 성명이나 독자 제재 외에 뭘 할 수 있겠느냐”며 “국제사회가 경각심을 갖는 것, 그리고 군이 이를 직시하고 맞춤 전략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스라엘군(IDF)은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무기들을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왼쪽 장병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무기는 북한제 F-7 로켓추진유탄(RPG) 발사기로 추정된다. [IDF 홈페이지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스라엘군(IDF)은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무기들을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왼쪽 장병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무기는 북한제 F-7 로켓추진유탄(RPG) 발사기로 추정된다. [IDF 홈페이지 캡처]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