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러와 대립 원치 않아”
러, 태국·베트남·몽골과도 회담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좌)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10.18.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좌)가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10.18.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국제 정상포럼을 계기로 우군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포럼에 앞서 유럽연합(EU) 지도자 중 최우방으로 꼽히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긴장 속에서도 양국 관계 강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이날 전했다. 일대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중국의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축사업을 말한다.

양 정상은 푸틴 대통령이 일대일로 포럼 시작 전 체류하고 있던 중국 정부 영빈관에서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오르반 총리에게 “오늘날의 지정학적 조건에서 접촉을 유지하고 관계를 발전시킬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많은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가 유지·발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있다”며 “그 국가 중 하나가 바로 헝가리”라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 방송에 출연해 러시아와 대립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양국 간 접촉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은 러-우크라 전쟁이 발발하기 3주 전인 지난해 2월 1일 모스크바에서 가진 회담이 마지막 대면 정상회의였다.

오르반 총리 대변인실은 오르반과 푸틴이 가스와 석유 수송 및 원자력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로사톰은 지난 2014년 입찰 없이 체결된 계약에 따라 헝가리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또 오르반 총리가 헝가리를 포함한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와 종전 후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EU 회원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인 헝가리는 다른 서방 국가들보다 러시아와 더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에서 대부분의 원유와 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EU의 각종 대러 제재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러한 흐름에서 일각에선 헝가리 총리의 이번 밀착 행보가 나토와 EU 등 서방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 국가 주석, 태국 총리, 몽골 대통령, 라오스 국가주석, 파키스탄 과도정부 총리와도 줄줄이 정상회담을 하며 우군 다지기 행보를 이어갔다. 그중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보 반 트엉 베트남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자국으로 공식 초청하기도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산 가스를 몽골을 지나 중국까지 공급되는 가스관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으며, 후렐수흐 대통령은 가스 등 에너지 외에도 교통 분야도 협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18일 개막한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도 참석해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더욱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조 연설에 나서 중국과 장기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지 1년 8개월 만에 방중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는 건 지난 3월 시 주석의 러시아 국빈 방문 이후 처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공식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공식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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