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재차 통화할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제78차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는 모습. 2023.10.09 (출처: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재차 통화할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제78차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는 모습. 2023.10.09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이스라엘 남쪽에 집중됐던 전쟁이 레바논과 시리아와 인접한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선이 확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개전 후 기다렸다는 듯 시리아와 레바논이 ‘하마스 지원사격’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이란도 연일 전쟁 개입 엄포를 놓는 긴박한 상황 속에 중동전쟁에다가 에너지 대란까지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치솟자, 미국 대통령까지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백악관은 중동의 위기상황에 대응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비롯한 외교단이 최근 이스라엘에서 진행한 긴밀한 회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최근 며칠간 중동 7개국을 순회한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기반으로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완화하고 전쟁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이번 방문으로 주요 동맹국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중동의 다른 국가들에게 확전을 경계하라는 경고의 의미를 보내는 이중 포석을 놨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에 이어 중동 각국을 방문한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의 킹 압둘라 2세 국왕,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인도적 지원을 받기 위해 이스라엘을 포함한 이 지역의 모든 파트너들과 지속 협력하고 민간인들에게 안전한 통로를 제공하는 등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이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가자지구 지상 침공을 어렵게 하거나 지연시킬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대변인이 CNN에 말했다. 이스라엘군 국제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를 물리치려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레바논·시리아, ‘확전’ 불 댕기나… 이란도 변수

이스라엘 전쟁은 최근 시리아와 레바논의 잇따른 하마스 ‘지원사격’과 이란의 전쟁 개입 엄포로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뿐 아니라 레바논 이슬람 시아파의 과격파 ‘헤즈볼라’ 등과도 산발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15일 레바논이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응해 전투기를 투입,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타격·파괴했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모처에서 이스라엘군 전차들이 가자지구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2.
1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모처에서 이스라엘군 전차들이 가자지구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2.

또 이스라엘 국경 마을 슈툴라에서는 레바논에서 발사된 대전차 미사일 공격으로 1명 이상이 숨지고 3명이 다친 바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지대는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군사 근거지로 꼽힌다. 국경지대에서 미사일이 쉴새 없이 날아오자 이스라엘은 16일(현지시간) 레바논 국경 인근 북부 주민들을 국가가 지원하는 시설로 대피시키는 비상계획을 시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개전 이후 레바논뿐 아니라 시리아까지 하마스를 거들 듯 이스라엘 영토로 미사일을 날리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군은 미사일 공습을 통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공항에 이어 알레포 공항을 연달아 타격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전쟁 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던 ‘시아파 맹주’ 이란까지 움직임이 포착됐다. 이날 이란 주력군인 혁명수비대의 시리아 내 병력이 이스라엘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다. 앞서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공격을 감행하면 이란은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지상전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바 있다. 16일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도 “전쟁 범죄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다른 전선이 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폭력사태가 급증하면서 가자지구에 이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웨스트뱅크)까지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유대인뿐 아니라 이슬람교도들에게도 최고의 상징성을 띠고 있는 예루살렘까지 공격이 가해졌다.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향한 이스라엘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예루살렘과 수도 텔아비브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와 함께 아슈켈론 등 다른 이스라엘 도시와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군 기지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쟁이 확산 양상을 띠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강경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16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며 하마스가 분쇄할 때까지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개전 직후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를 틀어막다시피 봉쇄한 상태에서 주요 작전거점을 수십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초토화해왔다. 그 과정에서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당장 먹을 물과 음식, 잘 곳조차 없는 그야말로 ‘생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인도주의적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만큼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이번 전쟁의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상대로 가자지구 지상전을 예고한 가운데 관련 주요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출처: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상대로 가자지구 지상전을 예고한 가운데 관련 주요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출처: 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시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10.16.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시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10.16.
사진은 공포 휩싸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출처: 연합뉴스)
사진은 공포 휩싸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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