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정착촌서 대학살극
“영유아·어린이·여자 목 잘려”
가자지구도 민간인 피해 급증
‘아이들이 무슨 죄’ 주민 한탄

이스라엘 군인들이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에 있는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살해된 이스라엘인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10.11.
이스라엘 군인들이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인근에 있는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 살해된 이스라엘인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10.11.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여자들과 아이들, 갓난아기들까지 머리를 자르는 ISIS(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 방식으로 살해됐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죽인 건 누군가요?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학살당했습니다.”

10일(현지시간) 각각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부 지휘관과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상인이 이스라엘 TV i24 뉴스 등 현지 언론에 전한 말이다.

지난 7일 새벽을 기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서로 죽고 죽이는 무차별 보복전이 격화되면서 양국 마을 곳곳이 하루아침에 생지옥으로 변했다.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농업공동체) 곳곳에서는 아기 시신만 40구에 이르는 등 민간인들이 마구잡이로 학살된 정황이 드러났고, 전면봉쇄된 채 대규모 미사일이 쏟아지고 있는 가자지구에서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죽어 나가고 있다. 이에 피가 피를 부르는 보복전을 두고 ‘아이들은 무슨 죄냐’는 한탄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크파르 아자=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하마스군의 습격으로 숨진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으로 하마스 고위 간부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2023.10.11
[크파르 아자=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크파르 아자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하마스군의 습격으로 숨진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군(IDF)은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으로 하마스 고위 간부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2023.10.11

먼저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에서는 100구가 넘는 시신이 나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이스라엘 응급구조단 자카(ZAKA)를 인용해 전했다. 한 음악 축제장에서 260여명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다. 크파르 아자 키부츠에서도 영유아와 어린이, 여성들이 목이 잘린 채 숨진 모습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급습한 키부츠에서 집집이 돌며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200만명이 넘는 인구 규모의 가자지구에서도 민간인 피해가 폭증하고 있다. 10일 본지가 확보한 이스라엘 방위군 공습 영상에는 이스라엘군이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에 있는 건물들에 미사일을 투하하는 모습이 나온다. IDF는 영상 4개를 공개하며 “밤사이 수십대의 전투기를 투입해 가자지구 내 테러 조직에 속한 거점 200여곳을 타격했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문제는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이 영상에 민간인들의 피해 장면도 버젓이 나온다는 점이다. 고층빌딩이 줄줄이 파괴되는 해당 영상은 한 건물이 그대로 주저앉은 뒤 수백명의 주민들이 모여든 모습을 비춰준다. 여기에는 무너진 빌딩 주변에서 다친 사람들을 다급히 구조하거나 시신을 옮기는 주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즉, 이스라엘군은 공중에서 촬영된 이 영상을 굳이 공개하면서 건물파괴 이후 주민들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낱낱이 보고 있다는 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마치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향한 무차별 공격 후 잔인한 영상을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공습으로 집을 잃고 6명의 아이를 차에 태우고 피란길에 나선 한 여성은 “내 아이들이 대체 무슨 일을 했다고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느냐”는 한탄의 목소리를 AFP에 전했다.

9일(현지시각)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에서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0.
9일(현지시각)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에서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0.

이번 민간인을 향한 무차별한 공격은 너희가 우리 민간인을 죽였으니 우리도 죽이겠다는 보복 심리에서 기인한다. 앞서 이스라엘이 ‘눈에는 눈’라는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유대교 국가인 만큼, 보복전이 극악으로 치달을 거란 전망이 나왔었는데, 이러한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국제기구인 유엔과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봉쇄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국제사회의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양새다.

전날에는 수적으로나 무기 수준으로나 극적 열세에 있는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포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그간 잡아 온 인질 1명을 처형한 뒤 이를 방영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포격이 이어질 때마다 민간인 포로를 한명씩 한명씩 처형하겠다는 위협으로 풀이됐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납치해 간 인질들이 이번 사태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한 모습이다. 분노가 극에 달한 이스라엘은 대외적으론 이를 무시하는 듯하면서도 자국민들뿐 아니라 미국·영국·독일 등 다양한 서방 국가 국민들이 잡혀 있는 만큼 인질의 안전을 고심해야 하는 이중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편 분쟁 발발 닷새째 만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사망자는 2100여명으로 집계됐다. 사상자 집계와 별개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무장대원 시신 1500구를 발견했고, 가자지구 공습도 이어지고 있어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동료 장례식서 오열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예루살렘=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해 흐느끼고 있다. 2023.10.11.
동료 장례식서 오열하는 이스라엘 군인들[예루살렘=AP/뉴시스] 10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동료의 장례식에 참석해 흐느끼고 있다.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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