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이스라엘에 급파·조율
“아·태 등 전세계 대응 가능”
EU “가자지구 전면봉쇄 반대”
전쟁 닷새째 양측 3600명 死

(출처: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 간 무력충돌 발생 사흘째인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출처: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군 간 무력충돌 발생 사흘째인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천지일보=방은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중동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이 확전 시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면서 비상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분쟁 중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교전까지 발생한 가운데 미국은 이란의 가세로 인한 확전 등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별 비상대응 수립에 착수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긴장 악화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우리는 이 계획수립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 정세를 악용하는 것을 고려하는 적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말하는데 미국은 항상 이스라엘 편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럴드 포드호를 비롯한 항모타격단을 이스라엘 인근으로 배치키로 한 의미는 하마스 때문이 아니라 전쟁 확대를 모색할 수 있는 국가나 비국가 행위자들에 분명한 억제력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역량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에 집중되면서 인도·태평양 등 다른 지역에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자 미국은 전세계 모든 전시 상황에 대응할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중국 외교당국은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상황과 관련해 민간인 살상 행위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해 미국과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날 이스라엘군(IDF)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교전을 벌이는 이스라엘에 시리아가 박격포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분쟁이 시작된 뒤 이스라엘 주변국과 교전이 발생하기는 처음이다. 시리아는 이란, 이라크, 레바논 등과 함께 이슬람 ‘시아파 벨트’ 국가로 꼽힌다. 일각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시리아의 이번 공격이 확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또한 ‘전시 상태’에 돌입한 이스라엘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급파해 향후 대응 관련 조율에 나서기로 했다. 확전의 갈림길에 선 이스라엘을 찾는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면적 지원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하마스에 납치된 미국인들의 무사 귀환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향후 대응 구상을 듣고, 공조 방안 등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 측은 ‘반미’나 ‘반이스라엘’ 단일대오 구축을 유발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과도한 군사 행동은 자제할 것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필요에 따라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추가적인 군사자산을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에 “탄약과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을 보충할 요격 무기들을 포함한 추가적 군사지원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의 공격으로 “민간인 1000명 이상이 학살당했다”면서 “그 중 미국인 사망자도 14명 포함됐고, 하마스에 인질로 잡힌 미국인들이 있다”고 확인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가자지구를 전면봉쇄한 데 대해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스라엘은 38년간의 점령 끝에 2005년 가자지구에서 군대를 철수했으며 2007년 하마스가 정권을 잡은 이후 가자지구를 봉쇄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하마스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유입되는 식량과 연료, 의약품 등까지 전부 차단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오후 화상으로 개최한 EU 27개국 외교장관 간 비공식 외교이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이는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을 준수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EU 외교장관 다수가 가자지구에 대한 전력 및 식료품 공급 등은 중단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이날 회의에서 EU 회원국들은 하마스와 별개로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분쟁 발발 닷새째 만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 사망자는 2100여명으로 집계됐다. 사상자 집계와 별개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무장대원 시신 1500구를 발견했고, 가자지구 공습도 이어지고 있어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