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 관점 사업 설계·운영
정책 개발 활용 사례 처음
6대 영역 50개 세부지표 구성
전문가·시민 의견 수렴 보완

[천지일보 서울=송연숙 기자] 서울시가 민선 8기 시정 핵심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을 통한 노력이 시민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보여줄 ‘약자동행지수’ 개발을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도시가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성과를 평가해 그 결과를 정책 개발과 예산편성 등에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약자동행지수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기자설명회를 열고 매년 체계적으로 산출된 지수를 바탕으로 더 필요한 부분은 확대 추진하고 부족한 점은 개선해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약자동행지수 개발에 대해 오 시장은 취임사에서도 모든 정책 수립과 예산집행 단계에 반영할 것을 밝힌 바 있다.

모든 지수는 ‘약자와의 동행’을 시작한 2022년을 ‘100’으로 놓고 산출한다. 예를 들어 지수가 기준값 100보다 낮아졌다면 원인을 분석해 수요증가가 이유라면 예산을 확대 투입, 지원 대상을 늘린다. 사업 타당성이 문제라면 개선 방안을 마련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지표 활용 방식이다.

그동안 유럽연합(EU) 사회적 배제지표나 OECD 더 나은 삶 지수(BLI)처럼 도시·국가 상황이나 사회현상을 비교하는 지표는 있었다. 또 기존 지표들은 대부분 도시정책과는 무관하고 외부 환경 요인 등의 변수로 인해 실제 시민들의 정책 체감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서울시가 개발한 약자동행지수는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시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에 대한 세분화된 평가와 분석으로 사회적 위험을 조기 발굴하고 시민 생활을 개선한다는 게 핵심이다.

오 시장은 “날로 심각해지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상황 속에서 모든 정책을 약자 우선으로 추진해 사각지대는 없애고 정책효과는 끌어 올리는 것 또한 약자동행지수 개발의 목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약자동행지수는 생계·돌봄, 주거, 의료·건강, 교육·문화, 안전, 사회통합 6대 영역 50개 세부지표로 구성된다. 세부 지표값과 지수는 매년 산출 과정을 거친 후 다음 해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시는 세부지표 선정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분야별 전문가 및 이해관계인 등 200여명과 20회 이상의 논의를 거쳤다. 지난 4월에는 ‘서울시 약자동행 가치의 확산 및 활성화 조례’도 제정했다.

영역별 지표를 살펴보면 생계·돌봄 영역은 소득불균형과 사회적 위험 발생 등으로 증가하고 있는 취약계층 자립 지원을 위한 생계사다리 복원, 인구·가족구조 변화에 따른 돌봄 취약계층 안전망 확대를 목표로 한 12지표로 구성된다. 대표지표는 위기가구 지원율, 안심소득 지원 가구의 일에 대한 만족도, 영유아기 틈새돌봄 제공률, 가족돌봄청소년 복지서비스 연계 규모 등이다.

주거 영역은 치솟는 집값으로 인한 주거 불안과 주거비 부담을 덜고 미래를 담보 잡힌 청년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주거사다리 복원을 핵심으로 한다. 세부 지표로는 공공임대주택 재고 수, 주거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 규모, 청년 주거비 과부담 가구 비율 등이다.

의료·건강 영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사회적 변화와 경제적 양극화로 발생하는 소외계층 건강 격차 완화, 정신건강 취약계층의 건강 회복을 목표로 총 10개 지표를 반영한다. 이 영역은 장애친화적 의료기관 확보 규모, 아동청소년·청년의 마음건강 지원 규모, 자살고위험군 관리율 등의 지표를 포함한다.

교육·문화 영역은 가구소득 수준에 따른 교육격차 해소, 교육 소외계층 기회 확대와 문화여가 접근성 강화를 통한 문화향유 격차 감소를 위한 8개 지표로 구성된다. 관리지표는 교육 소외계층 맞춤형 지원 규모, 취약계층 아동의 학습역량 수준, 공공 공연장 배리어프리 공연 비율 등이 중심이다.

고립·은둔청년 발굴·지원 규모, 교통약자의 보행 교통사고 발생률 등의 지표가 포함된 안전 영역은 독거노인, 교통약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 구축과 재난·안전사고 대응을 목표로 한다. 사회통합 영역은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시민동행을 통한 사회결속 강화를 주요 과제로 다문화 구성원의 사회 소속감, 서울시민의 동행인식 수준 등을 알 수 있다.

산출된 약자동행지수 결과는 시정 운영 전반에 반영해 약자 관점에서 사업을 체계적으로 설계·운영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약자동행지수가 시민 삶의 질 개선을 확인하는 잣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매년 전문가와 시민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신규지표 추가, 기존지표 보완 등 지수의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일 예정이다.

오 시장은 “전문가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지표를 발굴하고 수정·보완하고 추가하는 등 기능을 도와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울시민 모두가 함께 마음을 모아서 약자 동행 특별시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약자동행 도시 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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