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서 지지 시위에 충돌
‘맏형’ 사우디까지 팔 지지 선언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모여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0.
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이스라엘 영사관 앞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모여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0.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안식일 새벽 기습공격에 분노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근거지 가자지구를 향해 ‘봉쇄 작전’에 이어 지상전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 사태를 두고 세계는 또 양분되는 모양새다.

한날한시에 서방 각국이 하마스의 이번 공격을 ‘테러’로 규정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레바논 헤즈볼라에 이어 중동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겠다고 전격 선언하면서다. 사우디는 그간 친미 행보를 걷다가도 적대국인 이란과의 관계 회복을 추진해왔다.

10일(현지시간)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 수장과 통화해 “팔레스타인 편에 서서 갈등을 멈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알자지라 등 현지 언론이 이날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출처: 뉴시스)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출처: 뉴시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는 지속해서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와 존엄한 삶 추구, 희망과 소망 실현,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 달성을 지지한다”면서 “팔레스타인을 지키고 그 영토의 평온과 안정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고 국제 인도주의법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최근 민간인 납치를 의식한 듯 국제법을 살피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우디는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대가로 방위협약을 맺는 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와 미국의 평화 구상안이 난항에 부딪힐 전망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을 위시한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5개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테러”로 규탄하며 이스라엘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에 이스라엘과의 연대를 보여주는 이스라엘 국기 색상의 조명이 비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0.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에 이스라엘과의 연대를 보여주는 이스라엘 국기 색상의 조명이 비치고 있다. (AP/뉴시스) 2023.10.10.

5개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하고, 하마스와 하마스의 지독한 테러 행동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규탄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민의 정당한 열망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에 대해 공정과 자유라는 평등한 조치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서방은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주요 건물에도 나타냈다. 이탈리아는 조명을 통해 치기궁전 벽면에, 프랑스는 파리 에펠탑에 이스라엘 국기를 비췄다. 독일 브란덴부르크문에는 이스라엘 국기가 내걸렸으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건물 광고판에도 이스라엘 국기가 나부꼈다.

특히 세계 각국 주요 도시에선 이스라엘 또는 팔레스타인의 민간인 무차별 공격을 규탄하며 한쪽을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에서는 전날 친이스라엘 집회와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동시에 열려 경찰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비난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서로가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하는 한편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는 구호도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미국에 있으면서 이스라엘에 가족을 두고 있는 이들은 “납치 살해된 사람이 내 가족일 수 있다” “테러는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라는 목소리를, 팔레스타인 지지자는 “(오히려 이스라엘에 의해 영토를 잃은 처지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원하는 건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거나 “자유를 달라” 등의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시위는 미국 애틀란타와 시카고, 독일 베를린, 호주 시드니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진행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지도부 하마스의 무력 충돌에 8일(현지시간) 피란을 떠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엔 기관인 UNRWA를 통해 약 13만 7000명의 사람들이 피난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무력 충돌’ 가자지구 떠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출처: 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지도부 하마스의 무력 충돌에 8일(현지시간) 피란을 떠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엔 기관인 UNRWA를 통해 약 13만 7000명의 사람들이 피난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무력 충돌’ 가자지구 떠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 (출처: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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