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문체 장관 인사청문회
여야, 정쟁 매몰돼 지적질만
후보 말 끊고 강압적 태도도

전문가 “한국 민주주의 후퇴”
이균용 강한 부결 기류 전망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비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0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눈을 비비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05.

[천지일보=김민철 기자] 여야가 5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두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인물인지 검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날 진행된 인사청문회는 고성과 막말로 얼룩진 모습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국회는 본연의 기능보다 정쟁에만 몰두한 상황을 보였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시작부터 난관인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인사청문회 단독 개회에 반발하며 참석에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여당 간사인 정경희 의원만 참석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권인숙 여가위원장은 전체회의를 개회한 후 “여당에서 참석하지 않고 청문회를 의결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가까스로 인사청문회는 개최돼 국민의힘 의원들은 회의장에 들어왔으나 여당은 사사건건 회의 진행 흐름을 끊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부실한 자료정보 제출을 지적하면서 이날 오후까지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국민의힘은 “질의 시간에 하라” “지금 질의하는 건가” “그만하라 후보자께”라고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권인숙 여성가족위 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주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0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권인숙 여성가족위 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주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05.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자료 제출 요구한다는 명분으로 서론이 너무 길다”며 “질의인지, 자료 제출 요구인지,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인지 스스로 자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에 대한 질의 시간엔 여야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제출하지 않은 자료 등을 김 후보자가 피켓 등으로 만들어 청문회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를 질타했고 국민의힘은 이에 맞대응했다.

권 위원장은 “사전에 제출한 자료인 경우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안 되는가”라고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질의 끝났다. 왜 회의를 방해하는가”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손으로 책상을 내리치면서 “정경희 의원, 정경희, 어디서 건방지게”라고 호통쳤다.

강압적인 질의 과정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후보자가 “답변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양 의원은 후보자의 대답을 끊고 발언하거나 “후보자, 묻는 질문만 답하라” 등의 태도로 일관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3.10.0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천지일보 2023.10.05.

유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비슷한 실정이다. 여야는 유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MB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해당 의혹은 유 후보자가 2008년 문체부 장관 재직 당시 산하 공공기관장 사퇴 압박을 주도했다는 주된 내용이다.

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MB 정부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예술계 종북 세력의 반정부 정치활동 무력화’ 문건 보도 등을 언급하면서 “이 내용을 보고도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부인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 후보자가 “전달받은 일이 없다”고 답하자 임 의원은 “문서를 다 보여드렸고 후보자가 명백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과도하게 프레임 씌우기를 지양해야 한다”며 “전혀 없는 사실을 가지고 정치 공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이용 의원도 “이 사건에 대해 고소·고발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다짜고짜 ‘블랙리스트는 유인촌이 몸통이다’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조금 더 생각해봐야 될 입장”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주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0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주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0.05.

여야 간 대립으로 인사청문회가 무력화되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를 검증해야 하지만 그 기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 본연의 기능을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평론가는 “민주화의 한 성과라고 볼 수 있는 인사청문회를 이렇게 무력화시킴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회가 극한 정쟁의 늪에 빠진 만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보인 모습, 집권 여당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통해 본바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개최해 당론을 채택할 예정이지만 당내 기류는 부결이 우세한 만큼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사실상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대통령 입맛에 맞는 후보자가 아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좋은 후보를 보내달라”며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사실상 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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