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에만 연체액 1조 증가
대출잔액 9.5조 늘어 1043조
금융권 연체율 1.15% 역대급
71%가 평균 4.2억 ‘다중채무’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은행의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은행의 모습. ⓒ천지일보DB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자영업자 대출 잔액과 연체액이 늘어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연체율도 2금융권을 중심으로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4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기말 기준)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 2천억원으로 다시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자영업자 대출 현황은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분석한 결과다.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1014조 2천억원) 이후 네 분기 연속 1천조원을 넘어섰고 1분기(1033조 7천억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사이 9조 5천억원이나 더 불었다. 같은 기간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도 1조원 또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 3천억원에 이르렀다.

연체율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1분기(1.00%)보다 0.15%포인트(p) 높아졌다. 1.15%는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자영업자 연체율이다.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을 소득별로 나눠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1분기 1.6%에서 2분기 1.8%로 0.2%p 올랐다. 2014년 1분기(1.9%)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2.2%)도 3개월 새 0.4%p 더 높아졌다.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4분기(2.4%)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1.2%)도 2015년 3분기(1.2%) 이래 7년 9개월 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및 규모. ⓒ천지일보 2023.10.04.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및 규모. ⓒ천지일보 2023.10.04.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저·중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분기 123조원에서 2분기 125조 2천억원으로 2조 2천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중소득 자영업자(187조 2천억원→200조 9천억원) 대출도 13조 7천억원 급증했다. 저소득·중소득 자영업자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대출 잔액은 모두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조짐은 비(非)은행 2금융권에서 뚜렷했다. 2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 0.41%, 2.91%로 집계됐다. 석 달 사이 은행에서 0.04%p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37%p나 급등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6년 3분기(0.43%) 이후 6년 9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15년 4분기(3.05%)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권을 다시 세부업권으로 나눠보면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2.52%), 저축은행(6.42%),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97%)의 2분기 연체율이 3개월 사이 0.30%p, 1.25%p, 0.17%p씩 높아졌다.

한은 시계열 확인 결과 저축은행 연체율은 2016년 3분기(6.91%)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이미 여러 곳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가계대출 받은 기관 수와 개입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대출자)’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점도 자영업 대출 부실을 걱정하는 이유다.

2분기 현재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743조 9천억원으로 1분기보다 약 9%(6조 4천억원) 더 늘었다. 전체 자영업 대출의 71.3%에 해당하는 규모로 역대 최대 비중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 2천만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이자와 1인당 평균 연이자는 각 1조 3천억원, 73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변동금리 비중으로 최신 추정치인 64.5%를 적용한 결과다.

전체 자영업자의 경우 금리가 앞으로 0.25%p 높아질 때마다 총이자는 1조 8천억원, 대출자 1인당 이자는 연 58만원 늘어날 것으로 짐작된다. 반대로 0.25%p 낮아지면 같은 액수만큼 자영업자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취약 차주·비은행권·대면서비스업 비중은 2021년 말 각 9.0%, 35.5%, 44.3%에서 올해 1분기 말 10.1%, 39.4%, 46.1%로 일제히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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