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
“기초연금·보장급여, 우울↓”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김종태(95)씨가 지난 15일 서울 금천구에서 폐지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있다. 김씨는 금천시니어클럽에 소속돼 민간형 재활용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폐지를 주워 한 달에 버는 돈은 약 50만원. 여기에 시니어클럽에서 주는 보조금 20만원을 추가로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1.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김종태(95)씨가 지난 15일 서울 금천구에서 폐지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있다. 김씨는 금천시니어클럽에 소속돼 민간형 재활용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가 오전 6시부터 오후 7시까지 폐지를 주워 한 달에 버는 돈은 약 50만원. 여기에 시니어클럽에서 주는 보조금 20만원을 추가로 받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1.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가운데 국가가 금전으로 지원하는 공적 이전이 노인의 우울감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적 이전 중 기초연금과 기초보장급여는 효과가 나타난 반면, 국민연금은 확인되지 않았다. 자녀 용돈 같은 사적이전도 노인의 우울감을 줄이는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2일 ‘노인 다차원적 빈곤이 우울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전소득의 조절적 역할에 관한 탐색적 연구(가톨릭대학교 송치호)’ 논문에 따르면 한국복지패널 15차(2019년)∼17차(2021년) 자료를 토대로 노인 빈곤과 우울감 사이에서 공·사적 이전소득의 효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 연구 논문은 ‘2023년 한국복지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먼저 3년간 패널 조사에 응답한 65세 이상 노인 3636명에 대해 소득, 주거, 의료, 교육 등 4가지 차원의 빈곤 여부와 우울감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빈곤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우울 정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빈곤하다고 판단한 기준으로 가구 가처분소득이 중위값의 50% 미만일 경우(소득), 주거비 지출이 가구소득의 30% 이상이거나 최저주거기준 가구원수별 면적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주거), 의료비 지출이 가구소득의 40% 이상일 경우(의료), 고졸 미만일 경우(교육)를 뒀다.

우울감은 11개 문항으로 구성된 ‘CES-D’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빈곤이 우울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 기초연금, 기초보장급여 등 ‘공적이전’과 민간보험, 가족지원(자녀 등으로부터의 지원) 등 ‘사적이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공적이전 중 기초연금과 기초보장급여만 우울 정도를 덜어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연금 혹은 기초보장급여를 수급하는 인원은 빈곤 위험 유무와 관계없이 비수급자보다 우울감이 낮았다. 반면 국민연금은 빈곤 여부와 상관없이 수급자의 우울감이 수급하지 않는 경우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 이는 급여 수준이 충분하지 못한 국민연금이 우울감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간보험 수급이나 가족 지원도 ‘빈곤의 우울’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가족지원을 받는 경우 빈곤 위험 유무와 상관없이 우울감이 지원이 없는 경우보다 오히려 높았다. 가족으로부터의 사적이전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됐겠지만, 스트레스가 유발돼 정신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논문은 분석하면서 정부의 복지 정책을 확대해야한다고 제시했다.

논문은 “노후의 경제적 불안정은 개인적 차원의 접근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며 “다른 선진 복지국가들과 비교할 때 불명예스러울 정도로 높은 한국의 극심한 노인빈곤 감소를 위해 정책 개발과 실행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37.6%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는 고령층 10명 중 4명은 중위 소득 50% 이하라는 뜻이다. 노인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9년 기준 46.6명으로 이 역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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