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존의 일부인 리오 프레토-자쿤다 국립자연보호구역이 큰 불로 인해 초토화돼 있다. 이로 인해 950㎢ 규모의 산림이 소실됐다. (AFP/연합뉴스) 2023.09.25.
지난 6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존의 일부인 리오 프레토-자쿤다 국립자연보호구역이 큰 불로 인해 초토화돼 있다. 이로 인해 950㎢ 규모의 산림이 소실됐다. (AFP/연합뉴스) 2023.09.25.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이 고통받고 있다. 9월 한달 동안에만 5000건이 넘는 화재가 발생하고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다. 이로 인해 식량과 연료, 항해 등 핵심 인프라망이 타격을 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발생한 화재 수는 9월 들어 한 달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역사적 평균을 넘어섰다. 21일 기준 아마존에서는 한달 새 5330건에 달하는 화재가 발생한 데다 극심한 가뭄까지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아마조나스주(州) 정부는 이미 지난 12일부로 아마존 열대우림 대부분이 자리 잡은 이 지역에 환경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아우타제스에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25.
지난 22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아우타제스에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25.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린다. 한반도 31배 크기의 열대우림이 탄소 흡수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면적의 13%가 사라졌고, 1/3가량은 ‘허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허파가 병들어 망가진 셈이다.

여기에 더해 대규모 산불과 적은 강수량으로 인한 극심한 가뭄 등 기후위기까지 덮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후연구소 클라이템포(Climatempo)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집중호우가 내린 2월 이후 3월부터 대부분의 지역이 월 평균치보다 적은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8월에는 아마조나스주의 주도인 마나우스에서 비가 내린 날이 단 하루뿐이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조나스 주 마나우스 근처의 마나퀴리에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화재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09.25.
지난 7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조나스 주 마나우스 근처의 마나퀴리에 있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화재로 인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09.25.
5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존의 마나우스와 이란두바 사이 우림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이 화재 진압 도중 더위를 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09.25.
5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존의 마나우스와 이란두바 사이 우림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이 화재 진압 도중 더위를 식히고 있다. (EPA/연합뉴스) 2023.09.25.

게다가 이 지역의 기온은 이상기후와 맞물려 많은 화재가 발생하면서 크게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브라질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에는 63년간 관측 이래 8월 하루 최고 기온인 38도를 기록했다. 높은 기온과 건조한 날씨는 더 많은 화재를 불러일으키고 화재 진압을 더 어렵게 만든다.

브라질로 국한하더라도 ‘환경 비상사태’가 맞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그야말로 전 지구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 모든 나라가 한 마을처럼 연결돼 있다는 ‘지구촌’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지구의 허파는 브라질이나 남미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어서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달 동안이나 아마존에 비가 오지 않으면서 가뭄과 화재가 이어지는 현 상황을 좁게 보면 열대 북대서양 해역과 멕시코만에서 관측된 온난화, 크게 보면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이란두바에서 가뭄으로 인해 리오 네그로 강이 낮은 수위를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25.
23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이란두바에서 가뭄으로 인해 리오 네그로 강이 낮은 수위를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25.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클라이템포의 조셀리아 페고림 기상학자는 “이 지역의 물이 따뜻해져 건기 동안 아마존에 하강 기류를 생성하면서 대기층에서 바람 순환의 변화를 일으킨다”며 “이 하강 기류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고 이는 구름 형성을 억제해 공기를 더 건조하게 만든다”고 현지 브라질 리포트에 전했다.

이달 선포된 환경 비상사태는 90일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이 기간 아마존 지역에서는 식량과 음료수와 같은 인도적 지원을 펼치고 화재 진압을 돕기 위한 긴급자금을 마련한다. 또 정부 기관과 보안군이 이 지역에서 불법 벌목과 열대우림 소각을 저지하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9월 말부터 10월이면 남반구에 봄이 도래하지만 아마존의 상황이 현 상황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페고림 연구원은 “엘니뇨 현상은 브라질 북부 지역의 강우량을 줄이는 역할을 해 지금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더라도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3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에서 가뭄으로 인해 리오 네그로 강이 낮은 수위를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25.
23일(현지시간)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에서 가뭄으로 인해 리오 네그로 강이 낮은 수위를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9.25.
브라질 아마존 화재 현장. (출처: 연합뉴스)
브라질 아마존 화재 현장.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