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엔 대표부 베이스캠프

전체를 엑스포 홍보관 구성

“한달간 60개 회담, 외교사 처음”

(뉴욕=연합뉴스) 제78차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그리스 정상회담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2023.9.21
(뉴욕=연합뉴스) 제78차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그리스 정상회담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기념 촬영을 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2023.9.21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하루에만 11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갖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설득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연쇄 양자 회담 뒤에는 치밀한 전략이 숨어 있었다고도 했다.

전날까지 17개국에 이어 이날 11개국까지 사흘간 28개국 정상을 만났고 22일 귀국 전까지 추가로 12개국 정상, 즉 닷새간 40개국 정상과 대좌할 예정인데 엑스포 유치라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尹, 11개국 정상과 양자회담

윤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키르기스스탄, 모리타니, 콜롬비아, 헝가리, 이스라엘, 태국, 불가리아, 그리스, 에스와티니 등 11개국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전방위 양자 회담을 갖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뉴욕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엑스포를 계기로 협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나라 위주로 상대국을 선별했고, 정식 양자 회담, 1대1 오찬, 그룹별 오·만찬 등 형식을 심사숙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은 사전에 내용과 형식 면에서 치밀하게 검토한 전략에 따라 추진됐다”고 강조한 뒤, “연속해서 개최되는 회담 일정이 밀리지 않도록 의전 요원들이 유엔본부 일대에 파견돼 상대국 정상을 제시간에 모셔 오는 첩보작전을 하루 종일 수행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양자 회담의 베이스캠프는 유엔총회가 진행되는 유엔본부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주유엔 대표부 건물로 정했고 대표부 건물은 1층 입구에 대형 백드롭을 설치하는 등 전체를 엑스포 홍보관처럼 꾸몄다. 2층에는 회담장을 2곳 이상 설치해 양자 회담이 연속적으로 계속 열릴 수 있도록 했다.

◆한껏 고무된 대통령실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부산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위한 무기명 투표를 두달여 앞두고 지지를 최대한 끌어모으기 위해 회담 상대국을 선별해 1대1 맞춤형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의중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만 이날까지 회담들은 대부분 20여분 안팎이고 통역을 대동하면 더 짧아지는 데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하고 엑스포 유치 관련 몇 마디 전한 게 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통상 다자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양자회담은 15~2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열린다는 게 외교가 안팎의 전언이다. 이전에 외교부도 다자회담에서는 양자 회담이 열리기에 적당하지 않아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많은 정상이 오가는 자리라 그만큼 분주하다는 얘기다.

엑스포 유치가 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대통령실은 일단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회담 숫자 자체에만 몰두하는 경향도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한 달 동안 60개의 양자 회담, 10개 이상의 다자회담을 치른 대통령은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외교사에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고까지 언급할 정도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달 들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이미 20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합하면 60개가 된다는 의미다.

다만 방미 전 “한 달 안에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연 대통령으로 기네스북 등재를 신청해볼 생각”이라던 발언은 철회한 뒤, “기네스북 등재는 할 수 없다”며 “정치, 외교, 정무 문제는 기네스북에 등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외교가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