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회 金 ‘위험한 거래’ 노골화
위성→군사 광범위 확대 우려
“‘美에 골칫거리 만들기’ 전략”
“美, 대북 외교에 적극 임해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환영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환영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3일 연회를 마련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년여 만에 북한을 벗어나 러시아 본토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전투기 등 군사시설을 면밀히 둘러보며 서방에서 우려하는 ‘위험한 거래’ 저의를 노골화했다. 이처럼 북러가 밀착 행보를 보인 건 북한을 향해 소극적 반응을 보여온 바이든 정부의 실패한 대북정책 탓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와 함께 미국을 위시한 서방에 ‘골칫거리 만들기’라는 푸틴의 전략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 국방장관과 만나 양국 군대 협력과 국제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러시아 타스, 리아노보스티 등이 이날 전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동안 함정에 탑재된 ‘우란(Uran)’ 대함 미사일 시스템과 최대 사거리가 2000㎞에 달하는 러시아제 칼리브 순항 미사일 등을 둘러봤다. 지난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이어 15일 하바롭스크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찾아 첨단 전투기 수호이(Su)-57 등을 생산하는 전투기 공장을 둘러본 데 이어서다.

[블라디보스토크=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 공보국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현지시각)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과 함께 러시아 전투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 공보국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현지시각)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과 함께 러시아 전투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서방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 전쟁에 대해 “전면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약속한 것을 두고, 북한이 우크라이나인들을 제거할 무기를 대량으로 생산, 러시아에 지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우주개발에 위성기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은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서방은 이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본다. 북한이 기술이전을 대가로 전쟁에 사용할 물자를 제공하는 등 우주개발을 명목으로 광범위한 군사협력 체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정부의 북한에 대한 ‘비접촉 정책’의 결과가 러시아 극동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AP/뉴시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군 비행장 등 시설을 시찰한 후 발레 공연도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러시아 국방부 공보국 제공. 김 위원장(오른쪽)이 16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러시아 전투기들을 둘러보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안내를 받고 있는 모습. 2023.09.17.
[블라디보스토크=AP/뉴시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군 비행장 등 시설을 시찰한 후 발레 공연도 관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러시아 국방부 공보국 제공. 김 위원장(오른쪽)이 16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에서 러시아 전투기들을 둘러보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안내를 받고 있는 모습. 2023.09.17.

먼저 지난 2016년 11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청했을 당시, 그가 북한의 핵 위협과 대북정책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강조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북 외교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이어 들어선 바이든 대통령의 현 정부도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북한 독재자에게 냉대로 일관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초래하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미 워싱턴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스팀슨 센터의 제니 타운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대한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갖추지 못한 것이 현재의 교착상태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외교에 열려있다고 말하기만 하는 건 가장 수동적인 방법으로,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동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왜 북한이 지금 미국에 비핵화에 대해 말을 걸려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지난 2년 동안 바이든 정부가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는 했지만, 그것만으론 북한 입장에선 받아들일 만한 외교적 이점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콤소몰스크나아무레[러시아]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장에서 수호이(Su)-35 다목적 전투기와 신형 여객기 수호이 슈퍼젯(SJ)-100의 최종 조립 공정을 지켜보고 Su-35 시험 비행도 참관했다. 2023.09.15
(콤소몰스크나아무레[러시아] 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15일(현지시간) 러시아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을 방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장에서 수호이(Su)-35 다목적 전투기와 신형 여객기 수호이 슈퍼젯(SJ)-100의 최종 조립 공정을 지켜보고 Su-35 시험 비행도 참관했다. 2023.09.15

바이든 행정부 초기 국가안보회의 러시아 선임국장을 지낸 안드레아 켄들테일러 신미국안보센터 선임연구원도 이번 북러 밀착 공조가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서 “미국이 직면한 여러 과제를 러시아가 증폭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번 밀착이 미국 본토까지 겨냥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확대하려는 노림수로, 결국 미국과 서방을 골탕 먹이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외교·국가안보 전문가 조시 로긴 칼럼니스트는 러시아가 위성과 로켓 기술을 이전할 경우 김정은 정권이 보유한 대규모 핵무기고는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미일 공조를 추진하고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건 현명한 접근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북한과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없다. 러시아와 중국에 의해 추가 제재가 막힌 상황에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려면 무언가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대북 외교가 없을 때 북한은 핵 등 무기 개발을 가속하고 미국의 적국에 가까워지는 등 충돌 위험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앞으로도 몇십년 동안 권좌에 앉아있을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 식량 부족, 공중 보건 악화 상황을 직면하고 있는 북한을 상대로 더욱 적극적인 외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오른쪽 두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켓 조립 격납고를 둘러보며 얘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2023.09.13.
김정은(오른쪽 두 번째)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켓 조립 격납고를 둘러보며 얘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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