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출처: 트위터)

[천지일보=방은·최혜인 기자]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초강력 폭풍우에 이어 댐이 붕괴하면서 5000명이 넘는 사망자와 1만명 이상의 실종자가 발생했습니다.

12일(현지시간) 리비아 동부 지역 정부는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만 사망자가 5300명 이상 발생했다고 주요 외신이 이날 전했습니다. 피해가 가장 컸던 데르나 지역은 지난 10일 리비아 동부를 강타한 초강력 폭풍우 ‘대니얼’로 폭우가 내렸고, 리비아 외곽에 있는 댐까지 터지면서 대홍수를 겪었습니다.

국제적십자 측은 “실종자 수가 현재까지 1만명에 달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재민도 4만명 넘게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동부를 관할하는 정부의 민간항공부 장관은 데르나를 방문한 직후 외신에 “시신이 바다와 계곡, 건물 아래 등 곳곳에 누워 있는 상태”라면서 “도시의 25%가 사라졌고 수많은 건물이 무너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된 영상에는 두 개의 강이 합쳐지는 도시 상류 11.5㎞ 지점에 붕괴된 댐의 잔해가 거대한 황토색 물웅덩이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영상에서 “예전에는 댐이 있었어요”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약 12만 5000명의 주민들이 사는 도시 데르나에서는 댐이 터진 후 급류에 의해 거리와 가옥은 진흙과 잔해로 뒤덮였습니다. 희생자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자 사람들은 실종된 가족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벵가지를 포함한 다른 동부 도시들도 홍수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튀르키예를 비롯한 각국이 수색구조 차량, 구조선, 발전기, 식량 등을 포함한 구호품을 리비아에 파견했고 데르나 시민들은 실종된 가족을 찾아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데르나에 사는 모스타파 살렘(39)은 친척 30명을 잃었다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고 있을 때 봉변을 당했다.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라자 사시(39)는 위층에 있던 아내와 어린 딸과 함께 홍수에서 살아남았지만 나머지 가족은 사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폭우라고 생각했는데 자정에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알고 보니) 댐이 터지는 소리였다”고 전했습니다.

리비아 북서부의 트리폴리 공항에서 한 여성은 가족 대부분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는 전화를 받고 오열했습니다. 그는 “한두 명이 사망한 게 아니라 가족마다 최대 10명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리비아 동부 지역 정부 관계자는 데르나 지역 전체가 물에 휩쓸렸으며 많은 시신이 바다로 떠내려갔다고 말했습니다. 건물 잔해에 깔린 시신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리비아 내무부 대변인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해군팀이 데르나에서 바다에 휩쓸려 간 많은 가족을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홍수와 관련해 초강력 폭풍우에 이어 댐 붕괴가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리비아에서는 이번 피해를 키운 댐 붕괴가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데르나 지역 댐이 무너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보수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경고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 논문에서 리비아 오마르 알 무크타르 대학교의 수문학자는 계절에 따라 강바닥의 반복적인 범람이 데르나에 위협이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 그 결과는 도시 거주민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외신은 오랜 내분과 부패, 외세 간섭으로 몸살을 앓는 리비아에서 도로나 공공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줄었고 민간 건물에 대한 규제 또한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리비아는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정치적으로 동서로 분열돼 있으며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LNA)과 서부의 통합정부가 대립하는 무정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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