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부터 나흘간 파업
노조 “국토부 대화 단절해”
노동부장관 “불법 엄정대응”
정부, 국민 불편 없도록 계획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을 한달여 앞둔 27일 서울역 대합실에 추석 승차권 예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올해 추석 승차권 사전 예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3.08.28.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을 한달여 앞둔 27일 서울역 대합실에 추석 승차권 예매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올해 추석 승차권 사전 예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천지일보 2023.08.28.

[천지일보=이한빛, 홍보영 기자] “추석에 앞서 미리 친척들 만나러 주말부터 이용객들이 많아질 텐데 꼭 지금 파업을 해야 하나 싶습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총파업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역 대합실. 군대를 전역하고 귀가 중이던 정일수(23, 남)씨가 이같이 말했다.

철도노조는 14일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나흘간 총파업에 나선다. 이번 총파업은 지난 2019년 11월에 실시한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고속철도(KTX)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20∼60%가량 감축 운행돼 국민 불편이 예상된다.

대합실에는 “파업 시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될 수 있으니 사전에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열차 운행 정보를 확인해 주시기 바란다”고 안내방송이 나왔다. 시민들은 이번 파업이 시기 적절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석을 2주가량 앞두고 주말도 껴 여행객과 귀향길에 나설 승객이 많아 교통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회사에 출근하기 전 친구를 기다리던 김모씨(34, 남)도 “파업한다기에 일정을 보니 주말도 껴있는 걸 봤다”며 “주말에 친구들과 여행가려 했는데 열차 지연으로 취소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구미로 내려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던 양세현(23, 남)씨도 “본가로 내려가는 이용객들이 많아질 상황에서 파업을 하게 되면 이용객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남기고 결과도 좋지 못 할 것 같다”며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추석을 지나고 하든지 다른 날에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철도노조는 국토교통부와의 대화가 단절됐고 코레일까지 임금요구안 전체를 거부하면서 원만한 해결은 무산됐다고 선언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KTX와 SRT의 통합과 성실교섭 및 합의 이행, 직무급제 도입 철회, 4조2교대 시행 등이다.

특히 철도노조는 국토부가 지난 1일부터 부산~수서를 운행하는 SRT 고속열차의 운행을 11% 이상(일일 4100여석)을 축소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수서역 기반 SRT와 서울역 기반 KTX의 분리 운영을 철도 민영화 수순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철도노조는 지난 7월부터 사측과 6차례의 실무교섭과 이달 현안협의, 1·2차 조정회의를 실시했다. 하지만 조정에 실패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엔 재적 조합원 2만 1938명 중 1만 9825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찬성 1만 2768표(64.4%)로 이달 총파업이 결정됐다. 철도노조는 14일 권역별 총파업 출정식을 시작하면서 총파업에 돌입한다. 하지만 1차 파업을 실시한 이후 사측과의 교섭 결과에 따라 내달 2차 총파업도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철도노조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하지만) 철도노동자의 진정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도공사는 임금요구안 전체를 거부했고 오히려 임금수준을 후퇴시키는 개악안으로 노조가 수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수서고속철도(SRT)의 경전선, 동해선, 전라선 개통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승차장 스크린에 동해선 열차 정보가 띄워져 있다. 
(서울=연합뉴스) 수서고속철도(SRT)의 경전선, 동해선, 전라선 개통 첫날인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승차장 스크린에 동해선 열차 정보가 띄워져 있다. 

반면 정부는 이번 파업에 대해 국민 볼모로 잡는 정당성이 결여된 단체행동으로 보면서, 대중교통 운행을 증편하는 한편 국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총파업에 대해 국민 볼모로 잡는 파업이라며 철회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추석 민생 현안 점검 회의’에서 “국민 경제와 일상생활을 볼모로 한 투쟁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기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의 우려를 귀담아듣고, 정당성과 명분이 결여된 파업을 철회해달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아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철도노조는 오직 자신들의 요구 사항 관철만을 위한 파업을 예고해 국민적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며 “물류를 책임지는 사회 기반 시설이자 국민의 ‘발’인 철도가 멈추면 경제적 타격과 국민 불편이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행위 시 “범정부적 역량을 총동원해 노사를 불문하고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날부터 비상대책반을 백원국 제2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정부 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로 확대 운영한다. 대체 인력을 활용해 출퇴근 시간대 광역전철과 KTX 등의 운행률을 평소의 70% 수준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고속·시외버스를 추가 배차하고, 서울지하철 1·3·4호선을 증편하며, 수요에 맞춰 전세·예비버스 등도 충분히 투입하도록 하는 등 국민의 출퇴근에 불편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철도노조는 앞선 총파업이었던 2019년 11월 20일 무기한 단체행동에 들어갔으나 같은 달 25일 노사 간 협상 타결로 파업을 철회했다. 이때 당시 노조의 요구안은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을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등이었다. 당시 화물열차 운행률은 20.7%에 그쳐 물류대란이 발생했었다. 그 외 열차 운행률은 KTX 87.5%, 일반열차 69.6%, 전철 82.4%를 기록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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