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민희 기자]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마법 학교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는 승강장이 숨겨진 도심 속 기차역. 영화 기생충의 흐름을 반전시킨 비밀이 숨겨진 지하실. 앨리스가 이상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지하공간.

영화와 소설에서 ‘공간’은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매개체 혹은 비밀을 숨겨두는 장치로 애용됩니다. 최근 서울시가 공개한 도심 속 ‘비밀공간’은 시민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시는 서울광장 13m 밑 지하공간을 40년 만에 언론과 시민에게 공개했습니다. 이 공간은 지하철 2호선 시청역과 을지로입구역 사이 지하 2층에 있습니다. 폭 9.5m, 높이 4.5m, 총길이 335m로 3182㎡(약 1000평)에 달합니다. 공간 위에는 지하상가가, 아래에는 지하철 2호선 선로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시민 탐험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오는 23일까지 시민들에게 지하공간을 개방합니다. 천지일보는 지난 8일 오후 시민 약 15명과 방진 마스크에 안전모를 쓰고 지하공간으로 ‘탐험’을 떠났습니다.

지하공간은 입구부터 신비로운 느낌을 풍겼습니다. 을지로입구역 서울 장난감 도서관 안쪽 공간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40년간 잠들었던 지하공간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환풍 시설이 없어 매캐하고 후텁지근한 공기가 캄캄한 무주 공간을 메웠습니다. 석회 동굴에서 볼법한 종유석과 석순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아래로 지하철 2호선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공간을 놓고 과거 방공호였다는 설부터 반도호텔(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롯데호텔의 전신)에 주둔한 미군이 사용했던 공간이라는 등 여러 추측이 나왔습니다. 이날 시민 탐험대에 참여한 70대 남성도 “전쟁이 일어나면 높은 사람들이 대피하는 공간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서울시는 이러한 예상과 달리 “높이가 다른 두 지하철역을 연결하는 공사 과정에서 생겨난 공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는 시민의 의견을 받아 지하공간을 도심 속 명소로 재탄생시킬 계획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기획] 원시 동굴부터 박정희 벙커까지 활용되는 지하공간… 서울광장 지하는 어떤 용도?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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