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G20 공동성명… 우크라만 빼고 미·러 모두 만족

폐막 전날 9일 저녁에 합의 작성된 올해의 선진 및 신흥 주요20국(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대해 10일 미국과 러시아가 번갈아가며 칭찬했으나 우크라이나는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 11월의 인도네시아 발리 G20 공동성명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가장 만족했고 러시아가 불만을 참지 못했는데 1년 새 국제 기류가 상당히 바뀐 것을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주최국 인도네시아나 올해 뉴델리 정상회의 주최의 인도 모두 미국과 러시아 양쪽과 친하게 지내려고 애쓰는 나라들이다.

지난해 발리서 G20은 9개월 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연방의 침략을 가장 강력한 톤으로 비난했다”고 미국이 확인했으며 우크라가 이를 인정했다. 공동성명 안에 이런 기조에 몇 나라가 반대했다는 단서가 붙어있기는 했지만 우크라가 흡족 할 만 했고 또 러시아는 당연히 비난을 퍼부어야 할 코뮤니케였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져서 미국과 영국이 공동선언을 칭찬한 데 이어 러시아도 ‘균형잡힌 잘된’ 선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10일 낮 정상들이 간디 추모공원 방문을 끝으로 귀국길에 오른 직후 먼저 미국과 영국의 칭찬이 나왔다.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공동성명을 “G20이 긴급한 현안 대응에 합심할 수 있다는 신임투표 통과로 볼 수 있는 중대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공동 선언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아주 강력한 언어”를 담고있다고 강조했다. “코뮤니케에서 전쟁이 식량 가격과 식량 안보에 끼치는 충격을 강하게 지적한 것 등 강한 언어를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후 러시아의 G20 협상팀 대표 스베틀라나 루카는 합동 선언이 “균형 잡혔다”면서 “우크라 이슈에서 아주 어려운 협상이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협상을 러시아에 유리하게 이끌었다는 뜻이다.

루카는 러시아 통신에 “거의 20일 동안 협상해 정상회의 직전에 선언에 합의했는데 바로 닷새 전”이라고 밝혔다. 실제 9일에야 정상들은 성명에 대한 컨센셔스에 이를 수 있었다.

우크라 침공 첫해인 지난해와 달리 올해 인도 G20은 정상회의 전에 갖는 부문 실무회담인 외무 국방과 재무 금융 수장 들의 인도 회동에서 한번도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못했다. 우크라에 대한 의견 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이 정상회의에서 깨지게 된 것은 러시아 통신이 말하듯 “정상들이 우크라 관련 성명 조항에 관한 견해차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 G20 공동성명의 우크라 관련 내용은 지난해와 같은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포기하고 우크라에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고난으로 초점을 돌리고 있다. 이를 러시아는 ‘균형된 시각’이라고 칭찬했다.

전날 이런 공동성명 내용이 알려지자 우크라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G20는 ‘컨센셔스에 이르렀네’하고 “하나도 자랑할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우크라 외무부 대변인은 공동성명에서 못마땅한 부문을 빨간 펜으로 수정한 것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대변인이 특히나 싫어하는 성명 구절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in) 전쟁’이라는 말로 이는 마땅히 “우크라를 표적으로 한(against) 전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크라 전쟁과 관련해 공격 주체 러시아에 대한 언급을 말끔히 없앤 성명에 화가 나 우크라는 그래도 “텍스트에 강한 워딩을 넣으려고 애를 쓴” 국가들에 감사를 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