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이 네 살배기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유명을 달리했다. 빌라 입구에선 ‘계약자 불명’이라고 쓰인 ‘청구 금액 21만 4410원’ 전기요금 고지서가 있었다고 한다. 규모가 크지 않은 빌라치고는 꽤 많은 금액에 고된 생활고에 시달렸던 가정의 요금 연체를 가늠케 했다. 경찰은 숨진 여성이 아이와 반려견을 홀로 키우며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 간 채무가 있는 데다가 최근 집세를 내지 못한 정황 등을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독한 설전과 극한 대결이 이뤄지는 어지러운 정치 현실 속에서 국민의 삶 도처가 위험지대라는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번 전주 빌라의 비극은 복지 사각지대가 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올해 저성장과 물가·금리·환율 ‘3고(高)’ 시대를 맞아 가장 큰 우려는 저소득층의 생활고였다. 여전히 높은 장바구니 물가 속 연초부터 전기·가스·교통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올랐다.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양극화로 인해 저소득 계층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경기 둔화 위기관리와 함께 사회적 약자 지원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자산 상위 20% 가구의 자산(2021년 3월 말 기준)은 평균 16억 5457만원으로 하위 20% 2584만원의 64.0배에 이르렀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이후 최대다.

윤 대통령은 최근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부의 하반기 정책 역시 민생 안정이 최우선이다. 물가 안정 기조를 확실히 다지고,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한다”며 장관들이 민생 현장을 직접 찾을 것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민생이다. 각 부처는 국민들께서 민생 안정을 체감하실 수 있도록 비상한 각오로 임해 주시기 바란다”며 “필요한 지원이 즉각 즉각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달라”고 지시했다

복지 사각지대는 정치 사각지대다. 정치적 목소리의 사각지대에서 삶의 위험이 누적된다.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어려운 삶이 정치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지 오래된 것이다. 적대적 공존과 상대방의 무능에 기대는 낡은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정치는 오로지 국민 삶만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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