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혐의에 연루돼 수원지검에서 출석 11시간 만에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대신 북한에 지급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이날 조사를 마치고 수원지검 청사를 나와 “예상했던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 김성태의 말이나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들, 도정 관련 이야기로 긴 시간을 보냈다”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런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 소환을 통보받은 이 대표는 소환 일정을 미루고 단식 투쟁에 돌입하다가 이날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뒤 자신의 혐의에 대한 적극적인 소명보다는 여론전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의 출석을 앞두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전날 자필 진술서를 통해 “대북송금에 이 대표가 관련된 것처럼 한 검찰 진술은 허위”라며 다시 입장을 뒤집었다.

수원지검은 이날 언론에 보낸 문자에서 “이재명 대표는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를 ‘정치 수사’로 몰아가려는 이 대표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서 촉발된 쌍방울 그룹의 각종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지난해 10월 쌍방울 그룹이 직원을 동원해 수십억원 상당의 달러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한에 보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 진술 외에 인적, 물적 증거를 확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방북 비용 대납 의혹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병합해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 대표를 조사한 후 영장을 청구하면 이 대표는 현역 의원인 만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제1야당 대표라도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는 건 당연하다. 검찰을 ‘정치 검찰’이라고 몰아붙이며 여론전을 펼치는 이 대표는 무죄라면 법 앞에서 당당히 입증하면 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검찰에서 성실하고 당당하게 수사에 임했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검찰은 국민 피로도를 가중시키는 이 대표의 수사를 중립·공정·형평의 원칙을 갖고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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