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성장률 타격불가피
금리 인하 시점 지연 가능성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기름값이 7주 연속 상승세를 보인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판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23.08.2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기름값이 7주 연속 상승세를 보인 지난달 27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판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23.08.27.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가 10개월 만에 배럴당 90달러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는 물가 상승을 자극하게 되고 경상수지·경제성장률을 모두 떨어뜨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선 7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브렌트유 선물은 0.68달러(-0.8%) 하락한 배럴당 89.92달러로 마감했다. 해당일 전날까지의 상황을 살펴보면 브렌트유는 작년 11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90달러를 상회했다.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선 10월 인도분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가 배럴당 86.87달러를 기록하면서 90달러에 육박했다. 다만 WTI 선물은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이후 10거래일 만에 소폭 하락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보이는 건 최근 산유국들의 감산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경우에도 이달부터 연말까지 하루 30만 배럴 감산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북아메리카 지역은 환경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허리케인으로 멕시코만의 석유 생산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 중 하나인 가봉의 쿠데타로 인한 정치 불안 등도 국제유가를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유가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제유가가 연내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주요국들이 원유 생산 감축 연장 계획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내년엔 브렌트유가 배럴당 107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입 물가를 자극해 무역수지를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민간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도 고유가·고물가는 우리나라 경제에 악순환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일부 시장에선 미국이 내년 초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하반기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인해 금리 인하 시점을 더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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