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푸틴 만나러 러 가나
중러 관계 강화로 미국 견제
北, 소련제 등 탄약 대량 보유
우크라 전쟁에 영향 가능성도
美 “北, 공급 시 대가 치를 것”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건배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건배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만간 만날 수 있다는 미 당국의 첩보가 제기된 가운데 끝내 회담이 이뤄지면 양측이 군사적·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는 게 한둘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CNN과 B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은 현재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협상이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 중이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지난해 말 용병부대가 사용할 보병 로켓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제공했으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거래를 통해 러시아군에 이보다 많은 대량의 무기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북한 국방부 측이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라고 해명한 것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앞서 전날 백악관 NSC도 대변인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 행사에서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고, 뉴욕타임즈도 김 위원장이 EEF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자 내주 러시아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익명의 미국·동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미 백악관은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에서 사용할 무기를 공급하면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행위는 북한에 좋을 게 없다”면서 “이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 측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도자급과 직접 만나서라도 무기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 안보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설리번 보좌관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 이같이 경고한 건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인식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의 엄중 경고 속에서도 결국 북러 회담과 무기 거래가 이뤄질 시 양국이 얻을 이익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러 협력으로 서로가 얻는 것

먼저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경제협력을 강화하면 고립에서 벗어나 한미일 3각 공조에 맞서 러·중국 등 강력한 우방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미국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했다. 또 극심한 식량난과 기아를 겪는 북한이 무기를 내주고 세계 최대 식량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로부터 대량의 식량을 챙길 수 있다는 점도 지목된다.

현재 러시아 측은 탄약을 대량으로 지원받길 원하고 북한 측은 위성과 핵추진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관련 기술을 제공받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득실이 맞아떨어지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있고, 합동 군사훈련 등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에 맞서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러한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 실제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리는 북한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이를 논의하고 있다. 왜 안 되는가. 이들은 우리의 이웃”이라며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정당화했다.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의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만찬을 하면서 건배하고 있다. 2023.07.28.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의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만찬을 하면서 건배하고 있다. 2023.07.28.

미 뉴욕타임스도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핵미사일 개발에서 맞닥트린 중대 기술적 장애를 극복할 수 있고 경제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가 북한에 도움을 구하는 상황이나 상호 협력은 북한이 오랫동안 원해왔던 숙원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출신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북한 전문가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의 지지와 지원을 과시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무기 판매, 원조, 러시아로 노동자 파견 등의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득은 북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러시아도 그간 노동력 부족에 시달려온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에 북한으로부터 값싼 인력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가진 한계점도 지목된다. 북한 내 무기공장이 300곳에 달하지만,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긴 시간 제재를 받아오면서 이들 무기공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560여일째 장기전을 치르면서 탄약 등 무기 부족을 겪고 있지만, 북한의 무기 공급 능력이 이를 뒷받침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도 미국 재무부는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거래에 연루된 혐의로 3개 기관에 추가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은 현재로서도 소련제 등 많은 포탄을 보유한 북한이 이를 러시아에 제공하면 그렇지 않아도 전력을 쥐어짜고 있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023년 7월 28일 오후 3시부터 전날 밤에 열린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녹화 방영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2023년 7월 28일 오후 3시부터 전날 밤에 열린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 열병식을 녹화 방영했다. (출처: 연합뉴스)

이날 백악관 측은 “미국은 러시아의 방위 산업 기반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며 전쟁으로 부족해진 탄약 등 무기 공급에 대해 “러시아는 구할 수 있는 모든 출처를 모색 중”이라고 했다. 이에 “미국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인 목숨을 가져갈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하지 않겠다는 공개약속을 지킬 것을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러 크렘린궁(대통령실)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무기 공급을 논의할 거라는 보도에 대해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번 회담에 관해 확인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할 수 없다. 할 말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동방경제포럼 본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점은 확인했다.

이와 관련 싱크탱크(두뇌집단)인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키어 자일스 러시아·유라시아 분야 선임 컨설팅 연구원은 “사람을 그의 친구로 판단할 수 있는 것처럼 나라도 어떤 국가와 교류하는지로 알 수 있다”면서 “러시아의 경우 현재 대부분 악의적인 ‘불량 국가’들로 이뤄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만나 무기 거래를 논의할 예정이라는 미 당국의 첩보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왼쪽)이 지난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AP/뉴시스) 2023.09.06.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만나 무기 거래를 논의할 예정이라는 미 당국의 첩보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왼쪽)이 지난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AP/뉴시스) 2023.09.06.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2023.2.9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20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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