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전쟁 555일째, 양 진영 간 대리전으로 번져
1300만명 난민, 수만명 사상자 등 보복전에 민간 피해 가중
우크라 “러군 25만명 전사” 러 “우크라군 20만명 사망” 주장
전쟁 통해 경제·정치·군사적 이득 챙긴 나라와 잃은 나라 갈려
전문가 “러 ‘우 비군사화’ 달성, 정치 목적 이룰 때까지 지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일(현지시간)로 555일째를 맞았다. 18개월을 540일로 보면 벌써 1년 반이 지난 셈이다. 전쟁이 나라 간 대결을 넘어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이 연대하는 전체주의 진영 간 대립으로 번졌다는 비판 속에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지만, 그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3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일(현지시간)로 555일째를 맞았다. 18개월을 540일로 보면 벌써 1년 반이 지난 셈이다. 전쟁이 나라 간 대결을 넘어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이 연대하는 전체주의 진영 간 대립으로 번졌다는 비판 속에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지만, 그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31.
편집자 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1일(현지시간)로 555일째를 맞았다. 18개월을 540일로 보면 벌써 1년 반이 지난 셈이다. 전쟁이 나라 간 대결을 넘어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이 연대하는 전체주의 진영 간 대립으로 번졌다는 비판 속에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지만, 그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교전국들이 민간인 사상으로 보복에 보복을 예고하며 전투 의지를 더욱 불태우는 데다 주변국과 우방국들의 중재 시도도 연일 불발에 그치면서다. 유엔조차 당분간 평화 협상 가능성은 없다고 할 정도다. 그러는 사이 피해는 국가 지도부나 권력층보다 청년·여성·아이 등 민간인, 특히 약자에게 가중되면서 민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평화가 더욱 간절해지는 시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 6개월을 맞아 전쟁의 진행 경과와 의미, 전망 등을 짚어본다.

 

[천지일보=방은·최혜인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두 나라 모두에 막대한 인명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우방국들이 주권과 자유 수호를 명목으로 무기와 전쟁 물자를 대규모로 지원하며 전쟁이 더욱 길어지는 양상이다. 전쟁을 빌미로 구식 무기는 우방이라는 미명하에 교전국들에 팔아치우고 자국 무기는 이참에 최첨단 무기로 물갈이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러-우크라 전쟁은 지난해 2월 세계 평화와 안보 유지에 나서야 할 유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됐다. 유엔이라는 국제기구의 한계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쪽은 세계 2위 군사력을 보유한 러시아에 침공당한 우크라이나다. 수만명의 민간인 사상자와 130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경제적으로도 세계의 ‘빵 바구니’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농업 대국 우크라이나의 지난해 밀 생산량은 전년 대비 38.7%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도 31.4%나 깎여나갔다.

이와 관련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인 박병환 전 주러시아 공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푸틴의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 즉 무장 해제를 내세운 이번 특별군사작전의 목적은 사실상 달성된 거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1년간 소위 정예군을 다 잃었고 현재 무기를 다 소진하고 있어 서방에서 지원하지 않으면 하루도 전투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통받는 건 지도층보다 민간인들

현재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정확한 피해 현황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양측 모두 적국이 사망자 숫자를 선전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으면서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누적 사망자가 5937명이라고 밝힌 이후 공식 집계를 내놓지 않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미사일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의 곡물 창고 모습. (제공: 우크라이나 오데사주) ⓒ천지일보 2023.07.23.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미사일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지역의 곡물 창고 모습. (제공: 우크라이나 오데사주) ⓒ천지일보 2023.07.23.

이런 가운데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지난달 7일(현지시간) 우크라군 총참모부를 인용해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이날까지 러시아 병력 누적 사망자 숫자가 25만 240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 매체들은 지난달 7일 기준으로 2만 7423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까지 더하면 전쟁과 관련해 목숨을 잃은 러시아인이 최대 4만 7000명이라고 보도했다.

잃은 병력을 보충하기 위한 움직임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 정부가 올해 40만명의 병력을 추가로 모집하기로 하고 ‘대규모 병력 모집 캠페인’을 벌였지만, 그 목표에 훨씬 못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징집 나이를 기존 18~27세에서 18~30세로 높이고 예비군 상한 연령을 70세로 상향하는 법안에 최종 서명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 사망자 수 추정치만 발표할 뿐 자국의 사망자 수는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러시아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지난 7월 기준 우크라이나 민간인 중 약 1만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을 뿐이다. 전쟁 범죄를 다루는 우크라이나 검찰 전범부는 전쟁 이후 민간인 사망자 수는 9000명 이상이며 그중 어린이가 500명을 넘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2월 유럽연합(EU)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해에만 약 10만명의 우크라이나군이 숨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누가 얻고 누가 잃었나

이처럼 침공당한 우크라이나 피해가 가장 컸고, 러시아 또한 만만치 않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잃었지만 또 얻기도 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세계 2위 군사 강국이라는 이름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서방의 고강도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과 외교적인 고립에 처하게 됐지만, 소기의 목적한 친 러시아 성향 우크라이나 영토를 대부분 차지한 상태다. 지난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크름)반도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지역이 그것이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제외하고도 10만 3600㎢ 면적의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7%에 육박한다. 이대로 종전이 선언되면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해안지역을 통한 흑해 지배권과 영향력 확대라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한 게 된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열린 시위에서 포로로 잡힌 한 군인의 아들이 '아버지를 풀어주세요'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이 시위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마리우폴 도시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포로로 잡힌 지 500일을 맞아 열렸다. (AP/연합뉴스) 2023.08.28.
우크라이나 키이우 독립광장에서 열린 시위에서 포로로 잡힌 한 군인의 아들이 '아버지를 풀어주세요'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이 시위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마리우폴 도시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포로로 잡힌 지 500일을 맞아 열렸다. (AP/연합뉴스) 2023.08.28.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입장만 놓고 보더라도 더욱 분명해진다. 지난 7월 말 55개국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중재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재와 평화 회담에 대해 “우리는 평화 회담을 거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화 협의가 시작되기 위해선 양측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은 공세를 취하고 있고 대규모 전략적 공격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공격을 받고 있을 때 휴전할 순 없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지금 벌이고 있는 ‘대반격’과 공세를 멈추면 평화협정을 할 수 있다는 말인데, 언뜻 보면 누가 침공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대로 휴전·종전에 이르더라도 나쁠 게 없다는 의도까지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모든 땅을 점령할 거란 목표를 세우고 있지 않다. 정치적인 목적이 달성될 정도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20%에 육박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한 상태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통해 영토 수복을 이루고 승리한 상태에서 종전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이는 협상과 타협을 통한 종전이 급선무라는 제3국들과 교황의 평화안과 상충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교황이나 아프리카 지도자들과 만났을 때도 러시아군 철수, 우크라이나 영토 회복 등 10개의 공식을 내건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에서의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진영 대결, 대리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만큼 주변국들 득실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전쟁으로 미국을 위시한 나토 등 서방은 세력을 확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결속을 굳건히 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은 대서양 동맹을 강화하면서 서방에 대한 영향력을 넓혔다. 경제적으로도 많은 이익을 걷어 들였다. 대유럽 에너지 수출은 급증했으며 방산도 더욱 활성화됐다. 방산 업체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의 2022년 시가총액 상승 폭이 각각 30%와 21%를 기록한 것만 봐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러시아 우방국들 상황은 어떨까. 그간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이어온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이후 더욱 공조체제를 강화했고, 이번 전쟁을 통해서도 상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쟁 이후 러시아로부터 절반에 가까운 40% 할인된 금액으로 원유를 공급받는 등의 경제적 이점도 있지만, 중앙아시아와 동아시아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정치적 실익도 챙겼다는 분석이다.

◆까마득한 전쟁 종식

이러한 상황에서 교전국에서조차 평화협상과 종전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주거지 건물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돼 소방관들이 작업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주거지 건물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돼 소방관들이 작업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우크라이나 부총리이자 크름반도·돈바스 지역 재통합 담당 부처인 임시점령지 재통합부의 이리나 베레슈크 장관은 지난달 15(현지시간) 전쟁 종식 시기에 대해 “모두 솔직해야 한다”면서 “올해 내 혹은 내년 봄 이전에 전쟁이 끝난다는 건 모두 사실이 아니며, 이 전쟁의 승리를 위한 길은 힘들고 길 것인바 정부와 국민들 모두 장기전에 대비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쟁은 단거리 경기가 아닌 마라톤인 점 ▲현실만을 받아들이고 아직 오지 않은 것에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우선순위에 집중할 것 ▲부패는 반역으로 인정할 것 ▲정치와 관련된 불화, 모라토리엄은 전쟁 이후 논할 것을 호소했다. 전쟁이 조만간 끝날 수 있다는 일각의 기대완 달리 초장기 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 오른팔로 꼽히는 메드베데프 안전보장이사회 부의장도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갈등은 매우 오랜 시간 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아마도 수십 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젤렌스키 (대통령) 집권이 유지되는 한”이라는 조건을 달고 “3년 휴전-2년 분쟁 등이 반복되는 전혀 새로운 생활 방식이 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은 “지난 2014년 내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진 전쟁으로 전투역량이 많이 소진되면서 전쟁이 제한전이자 소모전 형태를 띠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영토에서 러시아군 철수를 내세우지만 러시아가 전쟁 목표로 내세운 우크라의 비군사화, 즉 무장 해제와 러시아가 주장하는 극단적인 민족주의 정권의 교체를 의미하는 비나치화 등을 놓고 서로 간에 접점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야전에서는 열심히 싸우는 것이지만 6.25 전쟁이 큰 맥락에서 보면 (진영 간) 어떤 큰 그림이 있었던 것처럼 이번 전쟁도 넓게 보면 정치적인 목적이 깔려 있는 것”이라며 “전쟁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달렸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24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한 소녀가 파괴된 러시아 장갑차 옆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8.28.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24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한 소녀가 파괴된 러시아 장갑차 옆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3.08.28.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24일 키이우에서 공습 경보가 울리자 사람들이 키이우 시내 지하철역으로 대피해 있다. (AFP/연합뉴스) 2023.08.28.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24일 키이우에서 공습 경보가 울리자 사람들이 키이우 시내 지하철역으로 대피해 있다. (AFP/연합뉴스) 2023.08.28.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24일(현지시각) 키이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전시된 러시아의 로켓 파편들을 구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AP/뉴시스) 2023.08.28.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인 24일(현지시각) 키이우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전시된 러시아의 로켓 파편들을 구경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했다. (AP/뉴시스) 2023.08.28.
포로로 잡힌 러시아 군인들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인테르팍스 통신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포로로 잡힌 러시아 군인들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인테르팍스 통신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에서 전날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식당 앞에서 심리 상담가가 한 희생자의 가족을 껴안아주고 있다.(A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주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에서 전날 러시아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식당 앞에서 심리 상담가가 한 희생자의 가족을 껴안아주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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