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특별치안활동 선포’에도
잇단 일탈에 기강 해이 ‘도마’
“경찰에 관심 커 일탈 더 주목”

윤희근 경찰청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 발표를 마친 뒤 가진 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윤희근 경찰청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 발표를 마친 뒤 가진 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달 사상 첫 ‘특별치안활동’ 선포에도 불구하고 현직 경찰관들의 도 넘은 개인 비위가 연이어 터지면서 ‘민중의 지팡이’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울 용산의 한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현직 경찰이 추락 당시 함께 모여 있던 사람들과 집단마약 투약을 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경찰의 기강 해이에 대한 지적들이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특별치안활동 선포 이후에만 경찰관의 음주운전이 2건, 성범죄 1건, 불법 안마시술소 방문 1건, 불법 도박 1건, 또 집단 마약에 추락사 의심 사건 1건 등의 비위가 터져 나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7일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강원경찰청 소속 경장 30대 남성 A씨가 추락해 숨진 사건 당시 현장에 동석했던 8명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로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입건된 7명을 포함하면 현장에 A경장 등 최소 16명이 있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A경장은 지난 27일 오전 5시께 서울 용산구 원효로1가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추락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신고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7명이 방에 있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운동 동호회로 모였고 A경장이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고 진술했다. 나머지 8명은 현장을 떠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사건 발생 경위를 조사하던 중 A경장 일행의 마약 투약 정황을 포착했다.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 중 일부에게서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

먼저 입건된 일행 7명 가운데 5명은 간이시약 검사에서 케타민·MDMA(엑스터시)·필로폰 등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고, 2명은 간이 검사에 동의하지 않아 강제 수단을 통해 마약류 투약 여부를 검사 중이다. 또 경찰은 현장에서 주사기와 성분을 알 수 없는 알약 등을 압수해 정밀 감정하고 있다.

추락사한 현직 경찰관과 관련 있는 ‘운동 동호회 모임’ 참석자들의 집단 마약 투약 의혹이 제기되면서 마약류 범죄가 공직 사회까지 침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서울경찰청 소속으로 금융위원회 소속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으로 파견중인 B경정이 술을 마시고 동료를 모텔로 데려가 동의 없이 성관계한 혐의(준강간)로 입건돼 대기발령 조치됐다. 금융정보분석원은 B경정이 맡던 업무를 대신할 새로운 담당자를 선발할 모집 공고를 낸 상태다.

태풍 ‘카눈’ 때문에 서울 경찰에 ‘을호 비상’이 걸려 있던 지난 11일에는 경찰의 비위 행위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날 서울 강남경찰서 소속 C경장이 서울 동대문구의 불법 안마시술소에서 적발됐고, 서울경찰청 교통과 소속 D경위는 서울의 한 홀덤바에서 경찰단속반에게 적발됐다. 같은날 서울 수서경찰서 소속 E경감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아파트단지 입구 차단기 앞에서 뒤차와 부딪쳐 적발됐다.

지난 25일 제주에서는 제주경찰청 소속 F경위가 만취 상태로 운전을 하다가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돌진해 벽을 들이받았다. F경위는 음주운전에 뺑소니 혐의로 입건돼 직위해제됐다.

경찰들의 일탈 관련 기사 댓글에는 “경찰들의 비리가 계속 발행하는데도 근절이 되지 않는 것은 경찰 지휘부가 무능해서라고 본다” “경찰조직의 개편은 인적 쇄신부터 해야 한다” “군대에 이어 경찰까지 나사가 빠지게 된 원인을 찾아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실형으로 엄벌해야 한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현직 경찰의 징계는 총 283건으로, 이 중 성비위가 48건, 음주운전은 43건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는 최근 경찰의 일탈 행위가 부각 되는 건 흉악범죄가 급증하면서 경찰에 대한 관심도가 높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임주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교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들의 일탈 행위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언론에 연이어 방송되다 보니 갑자기 많아진 것 같이 보일 수 있다”며 “1년에서 5년 치 통계를 보면 일정한 비율의 일탈자나 일탈 행위가 있었다. 다만 최근 흉기난동 등 흉악범죄가 급증하면서 경찰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많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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