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29일 1박 2일 일정으로 연찬회와 워크숍을 각각 가졌다. 새달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와 내년 총선 전략을 짜기 위해서였다.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석했고,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취임 1주년과 맞물려 의미가 각별했다. 각 당의 국회의원과 의사결정 라인 핵심 인사들은 이번 모임에 총출동했다. 국민의힘은 “민생에 집중해 반드시 정치 교체를 이뤄 내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은 “정권 폭주를 멈춰 세우고 민생 회복의 불씨를 마련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연찬회 연설에서 “우리가 민주당보다 도덕성 면에서 우월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속적으로 도덕성을 강화해야 내년 총선 승리의 기반이 마련된다”고 했다. 특히 수도권 선거에 대해 “수도권 선거를 가지고 여러 가지 논란을 벌이는 것은 매우 건강한 논쟁”이라며 “좋은 인물이 새 바람을 일으키면 호남 등 우리 당의 취약 지역과 수도권에서도 압승이 가능하다. 좋은 인재라면 ‘십고초려’를 해서라도 적극 모셔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벼랑 끝에 몰린 우리 국민의 삶을 무한 책임진다는 각오로 정기국회에 임해주길 바란다”며 “이게 바로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 민심을 받드는 국회로 거듭나는 기회”라고 했다.

양당의 모임은 큰 싸움을 앞둔 두 진영의 출정식에 가까웠다. 정쟁에 매몰돼 내년 총선 싸움 준비에만 바쁜 모습이었다. 민생과 국가안보 및 국가경제를 설계하고 고민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연례행사 자리지만 참신함이나 감동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야가 지금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경제이다. 현재 세계 질서가 급변하고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껏 높아져 있고, 민생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경제문제에 대한 대책이나 방안이 절실할 때이다. 하지만 여야 모두 경제에 대한 책임감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국가를 기업에 비유하며 “기업도 망하기 전에 보면 껍데기는 화려한데 안이 아주 형편없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전부 회계가 분식”이라며 “표를 얻기 위해 막 벌여놓은 것인지 그야말로 나라가 거덜이 나기 일보 직전”이라고 했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말이다. 나라살림 적자는 상반기에만 벌써 8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얼마 전 올해 1.4% 성장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차이나 리스크’ 등이 악화되면 1%대 초반 추락도 각오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기까지 했다.

여당은 지난주 당정협의회에서 인천발 KTX, 부산 가덕도 신공항 사업 등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도 광주와 대구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 특별법 제정 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 현안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앞다퉈 인심을 쓰며 표를 호소하는 모양새다. 국회가 무책임과 지역이기주의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지금처럼 중대한 시기를 흘려보내면 앞으로 더 힘든 시간이 닥칠 수 있다. 경제 문제에 여야가 치열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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