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굴단이 최초 발견

한국발굴단에 의해 발견된 예루살렘 텔 라기스 남쪽 르호보암 시대 석조 성벽. (출처: 이스라엘관광청)
한국발굴단에 의해 발견된 예루살렘 텔 라기스 남쪽 르호보암 시대 석조 성벽. (출처: 이스라엘관광청)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 성서고고학 발굴단이 이스라엘에서 B.C 10세기 남유다 왕국의 첫 번째 왕 르호보암 시대의 석조 성벽을 발굴했다. 

이스라엘 관광청에 따르면 한국 발굴단은 예루살렘  남서쪽 41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텔 라기스 (Tel Lachish) 남쪽 경사로에서 성벽을 발굴했다. 

이스라엘은 사막 기후로 물이 귀해 전쟁으로 물이 있는 곳에 조성된 도시가 파괴되면 이전 도시를 흙으로 덮고 그 위에 또 다른 도시를 조성했다. 이처럼 역사의 흔적이 층층이 남아 있는 독특한 지층들을 ‘텔’이라 부른다.

라기스는 여호수아가 점령했던 도시국가 중 하나로 구약 성서에 24번이나(여호수아 10장, 역대하 11장, 열왕기하 18장 등) 언급된 중요한 도시다. 예루살렘 침공 루트의 초입에 위치해 많은 전투를 겪으면서 시대별 유적들이 고스란히 담긴 지층들이 쌓였다.

초기 청동기 시대부터 바벨론, 페르시아, 헬라시대에 이르는 텔 라기스의 지층들에는 BC 3000년대부터 BC2세기 헬라시대(1지층)까지 유물들이 묻혀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발굴이 이뤄져 왔다. 

한국 발굴단은 다섯 번째 지층인 BC10세기 부분의 발굴에 참여해 왔으며 지난 2015년 세계 최초로 북쪽의 르호보암 성벽을 발견했다. 한국 발굴단은 북쪽 르호보암 성벽의 첫 발견을 바탕으로 남쪽에도 성벽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지난 7월 2일부터 8월 3일까지 약 한 달간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금번 ‘제7차 텔 라기스 발굴’은 성서고고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요셉 가르핀켈 히브리대 고고학과 교수와 서울장신대 성서고고학연구소 강후구 교수(한국 성서 고고학 발굴단)의 감독 하에 지역을 나눠 진행됐다.

한국 발굴단은 한국인 최초로 이스라엘 문화재청에 정식 발굴 허가권을 받아 발굴에 참여했다.

히브리대의 감독 하에 작업이 진행된 북쪽 지역에서는 기존 발굴을 뒷받침하는 유물들이 드러나, 르호보암 시대에 라기스가 계획적으로 건설된 중요 도시였다는 기존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

한국 발굴단은 남쪽 지역의 발굴 작업에서 기존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르호보암 시대의 석조 성벽을 발견했다. 너비 4.5m에 달하는 이 성벽은 기존 발견된 북쪽 성벽보다 1m 더 두꺼워 국방 강화를 위해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안쪽에선 2단에서 4단까지 건축된 돌들과 르호보암 시대의 전형적인 형태를 지닌 토기들이 함께 발견됐다. 

이번 남쪽 성벽의 발견은 라기스 성읍이 남유다 왕국에서 예루살렘 다음으로 중요한 도시였다는 사실과 함께 르호보암 시대에 이미 7.5 헥타르에 이르는 큰 성읍이었고 성벽에 둘러싸인 요새화된 도시였음을 증명한다.

이스라엘 관광청 조유나 소장은 “한국 성서고고학 발굴단에 의해 르호보암 시대의 북쪽 성벽이 발견됨에 이어 남쪽 성벽까지 발견됐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며 “한국교회들이 성지순례 및 여행뿐 아니라, 성경의 역사를 입증해 나가는 고고학적 발굴 자원봉사를 통해서도 이스라엘의 다양한 매력들을 발견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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