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반대자 모두 머그샷 활용
티셔츠·머그잔·인형 등 쏟아져
머그샷 게시 조회 수 1억 돌파
트럼프, 역대 최고 모금액 달성

미 정치의 분열상은 머그샷을 활용한 상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구치소에 자진출석해 촬영한 머그샷을 활용한 상품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X) 2023.08.27.
미 정치의 분열상은 머그샷을 활용한 상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구치소에 자진출석해 촬영한 머그샷을 활용한 상품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X) 2023.08.27.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미국 사회의 정치적 분열과 혼돈이 심화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잇따른 기소에 이어 전·현직 미국 지도자 최초로 범인 식별용 사진인 ‘머그샷’이 공개되면서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수차례의 기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지지자들과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그를 반대하는 세력으로 미국이 둘로 쪼개지는 모양새다.

앞선 세 차례의 기소에서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머그샷을 모두 면제받았지만, 지난 대선 조지아주 선거 개입 의혹의 이번 기소에서는 머그샷을 피할 수 없었다. ‘모든 피고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라는 풀턴카운티 측 원칙에 따라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애틀랜타 풀턴카운티 구치소에서 머그샷을 찍은 뒤 사전에 합의된 보석금 20만 달러(약 2억 6000만원)를 내고 약 20분 만에 풀려났다. 그 직후 취재진에 ‘정치화된 기소’를 거듭 피력했으며, 풀턴카운티 측이 자신의 머그샷을 공개하자마자 그도 소셜미디어 X(이전 트위터)에 자신의 머그샷과 ‘선거 개입. 절대 굴복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

◆상품화 통해 ‘지지층 결집’ vs ‘조롱’

미 정치의 분열상은 머그샷을 활용한 상품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모두 머그샷을 활용해 티셔츠, 유리잔, 머그잔, 포스터, 심지어 흔들 머리 인형을 만들어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이러한 상품에는 빨간 넥타이를 매고 잔뜩 화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며 눈을 부릅뜬 트럼프의 머그샷 모습이 그려졌다.

미국 풀턴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는 24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구치소에 자진출석해 '머그샷'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2023.08.25.
미국 풀턴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는 24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아주 선거 결과에 개입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구치소에 자진출석해 '머그샷'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2023.08.25.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선거 캠페인 관계자들은 그의 체포 사진을 오히려 환영하며, 그에 대한 혐의가 정치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이브 아메리카’ 기금 모금 위원회는 머그샷과 함께 ‘절대로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힌 티셔츠와 음료 컵걸이, 머그잔 등을 판매 중이다. ‘트럼프를 자유롭게’라고 적힌 티셔츠와 포스터도 판매되고 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출신의 CJ 버틀러는 “이러한 모습은 미국의 전형적인 소비주의라고 생각한다”면서 “트럼프는 모든 것을 판다. 티셔츠가 없을 이유가 없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와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판자들도 상품 판매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번 초유의 전직 대통령 머그샷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긴 범죄 혐의 리스트가 마침내 사법 시스템에 닿았다는 상징성을 띠는 것으로 본다.

그중 반트럼프 조직인 링컨 프로젝트는 트럼프 비판자들 사이에서 나온 조롱의 목소리인 FAFO라는 약어와 함께 유리잔을 판매하고 있다. 수공예 플랫폼 엣시(Etsy)에는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 패러디 티셔츠 등 수많은 ‘조롱 상품’이 나열된 상태다.

'트럼프 머그샷' 상품. (로이터/연합뉴스) 2023.08.27.
'트럼프 머그샷' 상품. (로이터/연합뉴스) 2023.08.27.

정치 분석가들은 이번에 형성된 이미지가 공화당의 막대한 모금 행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이오와 출신 공화당 대선 운동원인 데이비드 코헬은 “열성 지지자들은 셔츠나 머그잔에 25달러를 내면서 주먹을 쥐고 운동할 것”이라며 “캠페인이 13개의 형사 혐의로 기소된 것을 축하하는 것 같아 다소 슬프지만, 그것이 우리의 정치”라고 피력했다.

린컨 프로젝트의 공동 창립자인 릭 윌슨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것을 강력한 이미지로 여기고 있지만, 그의 반대자들도 마찬가지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린 자신의 머그샷과 게시글은 1억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지지자들과 반대자들로부터 20만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면서 그 화제성을 입증했다.

◆구치소 수감 후 700만 달러 모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틀랜타 구치소에서 머그샷을 찍은 후 710만 달러(약 94억원)를 모았다고 그의 대변인 스티븐 청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머그샷을 찍은 다음 날인 금요일 하루 만에 418만 달러(약 55억원)를 모았다. 이는 그의 캠페인 역사상 최고 수익이다.

모금 기간을 3주로 넓히면 모금액은 약 2000만 달러(약 265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은 그가 최근 네 번째 기소된 이후 기간과도 같다. 모금 결과만 놓고 보면 그간 기소를 대선을 앞둔 ‘정치화’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법적 리스크와 머그샷 등을 지지층 결집 용도로 활용한다는 정가 분석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당선됐다가 직전 대선인 2020년 민주당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현재 다시 내년 대선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상태다.

'트럼프 머그샷' 상품. (로이터/연합뉴스) 2023.08.27.
'트럼프 머그샷' 상품. (로이터/연합뉴스) 202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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