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한국교회언론회 등
“삼보일배, 불교 귀의 뜻
교리 저촉되는 가증 행동”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개신교의 삼보일배 참여를 어떻게 봐야할까.’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및 300일 추모 4대 종교 삼보일배 행진’에 참여한 일부 개신교 단체들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보수 개신교계는 불교 수행 방법인 삼보일배에 교회 목회자가 참여하는 것에 대해 ‘종교적 신념을 저버린 가증스러운 일’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앞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조계종 사노위), 천주교 남녀수도회 정의평화환경위원회, 원불교 사회네트워크, 10.29 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등 4대 종교단체들은 이태원 유가족과 함께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삼보일배에 나섰다.
삼보일배는 세 걸음 걷고 한 번씩 바닥에 절을 하는 불교식 수행법이다.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을 끊어내자는 의지의 실천으로 불교의 종교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스도인들은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 십자가를 들고 삼보일배에 참여했다.
삼보일배에 참여한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 김민아 간사는 현장 발언 중 “그리스도인으로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진상규명을 위해 얼마나 기도해 왔는지 되돌아본다”며 “좀 더 진지하고 절박하게 기도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개신교인의 삼보일배 참여에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 이름으로 낸 성명에서 “분명한 신앙의 고백이 있는 그리스도인에게 ‘불교에 귀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삼보일배 참여를 독려하는 목회자들이 있음에 충격”이라며 “어떤 목적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선택될 수 있겠지만, 종교인이라면 적어도 그리스도인이라면 방법적인 것도 신앙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의 교회 목회자가 ‘삼보일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신앙적 혼란과 혼돈을 주게 된다면 이 얼마나 가증한 행동인가”라며 “삼보일배는 불교의 수행 방법이다. 이 행위에 교회 목회자가 참여한다면 한국교회가 이것을 용납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수 개신교 단체 한국교회언론회 역시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삼보일배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삼보는 불교의 불보·법보·승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부처와 불교 교리와 승려에게 귀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라며 “불의의 사고로 돌아간 분들의 가족을 위로한다고 하여도 불교에 귀의하면서까지 이런 행사를 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의 행동은 하나님의 말씀에 저촉되지 않아야 한다”며 “그래도 기독교인이 이런 모임에 삼보일배로 동참한다면 이는 기독교인의 행동이 아니라 이방인들과 다르지 않다”고 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측은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며 행동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이상 늦춰질 수 없는 행안위 통과 촉구와 참사 300일 추모의 마음을 모아 삼보일배를 진행한 것”이라며 “형식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한 목회자는 “삼보일배가 무엇이 문제인가”라며 “고통당하는 분들의 아픔도 헤아리지 못하는 한기총의 걍팍해진 믿음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기총은 기독교 이름을 걸고 맘몬(자본)의 신을 섬기고 있지 않은가”라며 “한기총이야말로 그리스도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