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교류협력 조직 4개 폐지

장관 직속 ‘납북자대책반’ 신설

평화정책과→위기대응과 개편

17명에서 536명으로 13% 축소

남북관계 부정적… 통일부 수난

(서울=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 복도에서 신임 차관 취임식에 참석했던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 복도에서 신임 차관 취임식에 참석했던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통일부가 남북 교류협력 담당 조직은 없애고 북한 인권 등 분석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에 나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일 통일부를 ‘대북지원부’라고 지적한 지 한 달여만인데, 강대강 속 북한을 적대적으로만 바라보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모양새라 정권 내내 남북 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일부, 직제 개정안 관보 공고

통일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통일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을 23일 관보에 공고했다. 앞서 지난 3월 말 남북 교류협력 관련 조직을 축소하더니 아예 폐지 수순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북 교류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교류협력국,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회담본부, 남북출입사무소가 국장급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된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인데, 윤 정부의 강대강 대북 기조라면 남북 관계의 현실상 불필요한 조직으로 여겼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남북관계관리단은 남북대화 전략 개발과 교류협력 제도 개선 및 현안 관리 등 남북 대화교류협력 핵심 기능 위주로 운영된다. 남북 교류협력국(실)의 조직과 명칭 폐지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30여년 만이다.

통일정책실에서도 평화정책과가 폐지되고 위기대응과가 신설된다. 공무원 순환보직제를 적용하지 않고 남북회담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회담본부에 배정된 전문관 정원 7명도 조직개편과 함께 없어진다.

사실상 남북 교류협력 조직을 형해화하는 수준이라 윤 대통령 임기 내내 남북 대화나 교류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다. 윤 정부에는 평화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북 교류협력 기능이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인데,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통일부는 다만 한반도 정세가 대화·교류 국면으로 전환되면 ‘추진단’ 같은 형태로 신속히 전환해 유연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인권·정보 분석 기능 강화

대신 인권, 통일기반 구축, 북한정보 분석 기능은 강화된다. 대화 협력보다는 대결 구도에 방점이 찍힌 것인데, 이는 북한 내부의 체제 변화를 기대하는 ‘북한 붕괴론’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장관 직속으로 납북자와 국군포로, 북한 억류자 문제를 다루는 ‘납북자대책반’이 만들어진다. 북한 정보의 경우 수용소 등 인권 분야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국내외 정보기관과 협력을 증진한다는 방침이다.

통일정책실은 통일 준비 및 중장기 전략·기획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춰 2관 7과 1팀에서 1관 5과 1팀으로 개편된다. 현재 통일정책실 소속 통일정책협력관은 통일정책협력국장으로 분리되며, 통일정책협력국은 3과 1팀으로 구성된다.

정세분석국은 ‘정보분석국’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현재의 1센터 4과 2팀은 1관 5과 2팀으로 개편된다. 정보분석국은 정보 협력을 통한 분석 기반을 강화한다. 국가정보원과 인적 협력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통일부는 현재의 3실 3국 6관 1단 31과 4팀 체제가 3실 3국 5관 27과 6팀으로 조정되며, 정원은 소속기관을 포함해 617명에서 536명으로 13% 축소된다. 고위공무원단 직위도 23개(장관 정책보좌관 포함)에서 18개로 5개(고위공무원단 가급 2개, 나급 3개)가 줄어든다.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 통일이라는 헌법적 책무에 부합하고,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이 장기간 중단된 남북 관계 상황과 급변하는 통일정책 환경에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예상됐던 조직개편, 남북 관계 영향은

통일부의 이 같은 조직 개편은 윤 대통령이 앞서 역할 변화를 주문했던 터라 이미 예상됐던 바다. 다만 조직 개편 방향은 대화나 교류협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통일부 본연의 역할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대통령령인 ‘통일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는 통일부 직무를 ‘통일 및 남북 대화·교류·협력·인도 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 북한 정세 분석, 통일교육·홍보, 그 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로 규정한다.

한 전직 통일부 장관은 유튜브 매체에 출연해 “통일부 조직은 달라지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조직을 줄여놓으면 향후 펼쳐질 수 있는 대화 국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 확보는커녕 기존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도 버겁다는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남북이 단절의 시대로 접어든 데다 강대강으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번 통일부의 조직 개편은 남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윤 정부가 대화보다는 대결에 방점을 찍고 관련 신호를 내보낸 만큼 정권 내내 도발과 대북 억지책이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바야흐로 통일부의 수난시대다. 대북 협상과 정보분석, 인도적 지원, 북한 인권 등의 기능이 통일부의 지침과는 관계없이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약의 부침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그런데 윤 정부는 한층 노골적이다. 통일부의 조직 개편은 물론이고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북 교류협력 업무를 담당하는 다수의 통일부 간부들을 반복적으로 불러 조사하고 중징계를 요청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게다가 한 통일부 실무 간부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를 받다가 쓰러져 입원 뒤 병가까지 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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