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조사본부가 집중호우 피해자 수색 중 사망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를 재검토한 결과, 해병대 1사단장과 여단장의 범죄혐의는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장화 높이까지만 입수가 가능하다’는 여단장의 지침을 위반해 허리까지 입수를 직접 지시한 대대장 2명의 범죄 혐의만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대장 2명에 대해서만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하고,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4명은 혐의 적시 없이 조사 결과만 넘기기로 했다. 상사 등 하급 간부 2명은 혐의자에서 제외했다. 국방부 재검토 결과는 조사 대상자가 8명에서 6명으로 줄었고, 혐의 적시자도 2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당초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난 2일 임 사단장 등 8명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박 전 단장을 보직해임하고 항명 혐의로 입건하고, 이첩한 자료를 회수했다.

박 전 단장 측은 조사 결과에 대해 장관 결재를 받았고, 이첩 보류 명령이 없었기에 항명이 아니라고 밝혔다. 장관 결재 후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등 윗선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단장이 군 검찰의 수사를 거부해 결국 국방부 조사본부까지 나섰다. 상명하복의 지휘체계가 서야 할 군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의 명령이나 지시를 거부하는 하극상 논란까지 벌어졌다.

그간 국방부의 대응이나 해명도 의혹을 키우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 국방부가 갑자기 해병대 수사단의 자료를 회수하고 수사단장에게 항명죄를 적용해 논란을 키웠다. 게다가 재검토 과정에서 사단장과 여단장 과실치사 혐의를 제외했다. 충분히 은폐·축소 의혹이 나올만했다.

과거 군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에서 불신을 불러오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를 상기해보면 젊은 병사의 어이없는 죽음을 다루는 군의 처리 방식은 국민의 신뢰를 잃기에 충분했다. 물론 병사 사망 지휘책임을 물어 사단장까지 옷 벗기는 관행은 불합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 책임자를 관리 감독하는 윗선에 무조건 면죄부를 주는 것도 문제가 있다.

박 전 단장이 “외압이 있었다”며 요청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도 현재 무산될 상황이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외압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야당은 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을 주장한다. 마치 진실게임을 벌이는 모양새다.

사건을 떠맡은 경찰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채 상병 사건 관련자들의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군은 군검찰수사심의위를 신속히 구성해 항명을 둘러싼 진상을 밝혀야 한다. 더이상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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