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명 사망에 850여명 실종
주민들 바이든 향해 욕하기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가 21일(현지시각)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하와이주 마우이섬 산불 주요 피해지역인 라하이나를 둘러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마우이섬 산불 발생 13일 만에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둘러보고 생존자들을 위로했다. 지난 8일 시작된 산불로 지금까지 114명이 숨지고 850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AP/뉴시스) 2023.08.22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가 21일(현지시각)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하와이주 마우이섬 산불 주요 피해지역인 라하이나를 둘러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마우이섬 산불 발생 13일 만에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둘러보고 생존자들을 위로했다. 지난 8일 시작된 산불로 지금까지 114명이 숨지고 850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AP/뉴시스) 2023.08.22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지상낙원’으로 불리는 하와이 마우이섬를 덮쳐 110여명의 사망자를 낸 화마(火魔)가 아직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휴가를 중단하고 현장을 방문해 재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마을 통째로 잿더미로 변한 마우이섬 서부의 라하이나(Lahaina)를 둘러본 뒤 “장기적으로 재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 전통과 소망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전했다.

이날 그는 조쉬 그린 하와이 주지사, 상원의원, 마우이 하원의원들과 함께 서서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고도 말한 데 이어 지역 행사에 참여해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이 든다. 여러분과 함께 슬퍼하고 있지만, 여러분에게 미국 전체가 여러분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도 했다.

또 이번 방문에서 봤던 강한 공동체 의식을 칭찬하면서 재건이 주민들의 뜻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시내 한복판에 역사적으로 유명한 반얀 나무가 결국 산불을 견뎌낸 점을 언급하며 “비유이지만 이것이 우리”라며 “(재건이) 길고 먼길이 되겠지만 미국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바이든 대통령 일행이 라하이나 도심을 지나가는 동안 많은 이들이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편 하와이식 인사법 ‘샤카’로 화답했지만 몇몇 이들은 그간 더딘 복구작업과 재건에 불만을 표현하듯 심한 욕을 뜻하는 가운뎃손가락을 내보이기도 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관광지 하와이 마우이섬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가 잿더미로 변해 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산불 피해가 발생한 하와이를 재난지역으로 승인하고 연방 차원의 지원을 지시했다. (AP/연합뉴스) 2023.08.14.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적인 관광지 하와이 마우이섬 서부 해변 마을 라하이나가 잿더미로 변해 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산불 피해가 발생한 하와이를 재난지역으로 승인하고 연방 차원의 지원을 지시했다. (AP/연합뉴스) 2023.08.14.

내년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마우이 화재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일부 공화당원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10일에는 하와이에 대한 연방 지원을 확대하고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델라웨어 해변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며칠 동안 이번 비극에 대해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으면서 일부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화재 현장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여전히 화마와 싸우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부의 라하이나, 중부의 쿨라(Kula), 중서부의 키헤이(Kihei)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했으나, 가장 큰 화재가 발생한 라하이나의 경우 현재 90%가 진압됐다. 라하이나에서만 여의도(290ha)의 3배가 넘는 880ha가 불탔다. 쿨라에서 발생한 또 다른 화재는 85% 진화율을 보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275ha의 면적이 소실됐다. 키헤이 등 다른 곳에서 발생한 화재는 대부분 진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리처드 비센 마우이 카운티 시장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최소 114명이 숨지고 850여명이 실종된 상태다. 이번 화재 이후 실종자 수가 정확히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200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중 1285명 이상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들 중 27명은 신원이 확인됐으며 그중 11명의 가족에게 사망 사실이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간)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새까맣게 탄 자동차가 방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08.21.
15일(현지시간)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새까맣게 탄 자동차가 방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08.21.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